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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활동… ‘숫자’보다 ‘깊이’가 중요하죠 

 - 한양대 미래인재전형-사범대 교육공학과 13학번 신선우 씨

 

신선우 씨(서울 경복여고)는 2013학년도 한양대 입학사정관전형인 미래인재전형으로 사범대 교육공학과에 최종 합격했다. 2013학년도 미래인재전형의 경쟁률은 17.62 대 1. 신 씨가 지원한 사범계열도 20명 모집에 196명이 지원해 9.8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정도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학생이라면 화려한 ‘스펙’을 자랑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신 씨가 자기소개서에 쓴 ‘의미 있는 교내활동’ 다섯 가지는 △학습멘토링 동아리 활동 △학급 회장 및 부회장 활동 △야간자율학습 및 보충수업 참여 등이었다. 특별할 게 없다. 수상경력도 참가학생 101명 중 28명이 상을 받은 교내 인재양성 프로그램 경험을 내세웠다. 
  주위에선 ‘내신 성적도 국어 영어 수학 과학 2.23등급으로 높지 않고, 비교과 활동 스펙도 많지 않다. 합격한 전례가 거의 없다’며 지원을 만류했다. 그런 신 씨가 ‘평범함’ 속에서 어떤 ‘비범함’을 보여주었기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봉사경험 살려 학습멘토링 동아리 만들어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을 위해서 동아리 활동경험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은 신 씨의 사례를 통해 잘 드러난다. 그는 고교 3년간 2개의 동아리 활동에 집중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저소득층 아이를 대상으로 공부를 가르치는 ‘멘토스’ 활동과 교내 사랑의 집 짓기 ‘해비타트’ 활동을 했다. 최근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스펙 경쟁’에 불이 붙으며 교·내외 동아리 활동을 4, 5개 이상 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신 씨의 가장 핵심적인 활동은 ‘멘토스’ 활동이다. 고1 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지역아동센터를 찾았다. 
“중학교 때 같이 독서실을 다니던 친구가 있었어요. 뭐부터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별 생각 없이 ‘학원에 다니는 게 어때?’라고 했는데 ‘학원에 다닐 돈이 없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이 싹텄어요.”(신 씨)
  신 씨는 2학년이 되자 학습멘토링 활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하기로 했다. 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다른 봉사동아리 인터넷 카페 20여 곳을 돌아다니며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하나하나 분석했다. 그는 동아리 부원을 모집하기 위해 직접 고교생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홍보글을 올리고, 주위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꼼꼼히 분석해 작성한 동아리 기획안은 결국 통과됐고, ‘멘토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영상제작 경험을 교육공학에 연결
 사범대에 지원하는 학생 대부분은 학습멘토링 경험이 있다. 신 씨가 지원한 미래인재전형 사범계열에 지원한 학생들도 대부분 비슷한 활동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신 씨는 조금 달랐다. 학습멘토링 활동을 했다는 사실보다는, 그 활동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그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자 ‘동화구연’을 접목해 국어를 가르쳤다.  또 해비타트 동아리에서 동아리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학교행사를 촬영하며 영상제작 활동을 지속해서 했다. 자기소개서의 학업계획에는 영상제작 활동을 하며 쌓은 재능을 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교육에 접목하고 싶다고 풀어냈다.

실패는 나의 힘
  신 씨는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하는 데 굳이 거창한 활동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많은 학생은 자기소개서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일을 기술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 씨는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쓰는 ‘인성항목’에 자신이 ‘실패’한 경험을 풀어냈다. 학급회장으로서 자폐성장애가 있는 친구를 도와주려다 오히려 불편하게 했던 경험에서 ‘성숙한 배려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고 쓴 것이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에는 약 한 달 동안 자신의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거창하진 않지만 자신에게 의미 있으면서도 지원하는 사범계열과 연결되는 경험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쓸 만한 내용이 없다’ ‘내 경험은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소재는 거창하지 않아도 자신이 느낀 점이 많아야 다른 학생들과의 차별성도 생길 테니까요.”(신 씨)

▼ 신영규 한양대 입학사정관 “어떤 활동을 했느냐보다 ‘어떻게’ 했는지 과정이 더 중요” ▼
한양대의 대표적 입학사정관전형인 미래인재전형은 수능 최저학력등급과 내신 성적 커트라인이 없다. 이 전형은 학생부에 기록되는 교내활동 외에 교외활동 이력도 자기소개서에 기술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지원자가 화려한 비교과 활동 이력을 자랑한다.  신선우 씨는 상대적으로 비교과 활동의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9.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했다. 신 씨를 직접 평가한 신영규 한양대 입학사정관이 밝히는 합격 비결을 소개한다.

‘진정성’은 ‘과정’에서 나와

최근 교내·외 동아리 및 봉사모임을 직접 만드는 학생이 부쩍 늘었다. 동아리를 만드는 모습을 통해 적극적인 태도와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아리를 만드는 학생이 늘어난 만큼 이제는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신 씨가 만든 학습멘토링 동아리인 ‘멘토스’ 활동은 입학사정관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자들은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닌, 동아리를 만드는 과정과 동아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신 씨가 ‘어떤 역할을 맡아’ ‘어떤’ 활동을 했는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자기소개서에 담겨 있는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부원을 모집한 내용, 동아리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활동 내용을 기록하는 문서를 만든 내용, 학교 진로 선생님에게 자문하고,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에게 동아리 교육을 요청하는 내용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신 입학사정관은 “신 씨는 동아리를 발전시킨 모습에서 ‘실천적 인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동아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교육공학+영상제작=융합인재
  입학사정관들은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진정성’ 있는 학생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진정성’은 실천하는 모습을 삶의 결과로 보여줄 때 드러난다. 
  신 씨가 지원한 사범계열 학생들은 대부분 어떤 이유로 ‘선생님’을 목표로 한다. 이때 진정성은 ‘왜’ 선생님을 꿈꾸는가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노력을 해왔는지를 보고 평가할 수 있다. 신 씨가 ‘진정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은 교육공학과 자신이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재능을 키운 영상제작을 접목시킨 점이다.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며 ‘동화구연’을 활용한 점도 마찬가지다. 단,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의 생각처럼 활동의 양이 많다고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나의 활동을 하더라도 구체적인 실천 내용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신 입학사정관은 “‘한국사회의 대표적 콘텐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면접에서 묻자 신 씨는 ‘뽀로로에 담긴 교육적 가치’를 이야기할 정도로 교육공학 분야에 대해 깊이 고민해온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흥분’하지 않는 자기소개서
신 씨는 미래인재전형에 지원한 학생들 중에서도 자기소개서를 잘 쓴 학생으로 손꼽힌다. 고교생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법한 평범한 경험에서도 자신만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자기소개서는 형용사와 부사를 거의 쓰지 않고 구체적인 수치를 사용하며 자기소개서를 객관적으로 썼다. 멘토링 동아리가 발전했다는 점을 ‘전국적인 연합동아리로 성장했다’라는 식으로 표현하지 않고 ‘95명의 동아리원이 8개의 센터에서 꾸준히 봉사하고 있다’는 식으로 썼다. 신 입학사정관은 “많은 학생들이 평가자가 판단할 부분을 자신이 먼저 판단해버리는 실수를 한다.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큰 반응을 이끌냈다’와 같이 쓰는 것이 대표적”이라면서 “신 씨의 경우 학생부의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은 ‘너무도 잘 수행하였음’ ‘엄청난 집중력으로 공부하고 있음’처럼 과장된 표현이 많아 설득력이 떨어졌지만 자기소개서는 객관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대입 입학사정관제는 애물단지?

《 ‘신나는 공부’는 오늘부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국내 20개 주요 대학 입학처와 함께 ‘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와 일선 교사에게 대입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입니다.  이번 캠페인에는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등 총 20개 대학이 참여합니다. 매주 이들 대학에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합격한 학생과 해당 대학 입학 담당자의 인터뷰가 소개됩니다. 》

 대입 입학사정관제를 둘러싼 논란이 최근 뜨겁다. 일각에서는 입학사정관제의 부작용이 적지 않은 만큼 모집인원을 축소하거나, 전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입학사정관제의 순기능이 많은 만큼 부작용을 보완하며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선다. 교육부는 “입학사정관제는 ‘양날의 칼’과 같으므로 장점을 살리면서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  교육현장에는 대입 입학사정관제를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일부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입학사정관제 도입한 뒤 진로교육 활성화
 일선 고교와 학생들이 진로활동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동아리 및 각종 체험활동에 적극 나서는 점은 입학사정관제 확대가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다.  특히 최근엔 학생이 직접 동아리, 봉사, 관심분야 학습 모임 등을 만드는 경우가 늘었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모임을 만들며 적극성과 리더십을 보여 주면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좋은 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조대휘 인천 인제고 진학지도상담 교사는 “1학년 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이 늘었다. 진로목표가 뚜렷한 학생에게 유리한 입학사정관전형의 선발 인원이 늘어나면서부터다”라면서 “우리학교 1학년 학생들은 3월 한 달간 담임교사와 상담하고, 진로특강을 들은 뒤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동아리에 가입한다”고 말했다.
  뚜렷한 진로목표를 가진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들은 대학 입학 뒤에도 다른 학생과 비교해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여 준다. 한양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0∼2012학년도 3년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한양대에 합격한 학생의 학점평균은 3.43(4.5만점)로 정시모집 일반전형 합격생보다 0.16 높다. 
  이정은 한양대 입학사정관은 “각 학과의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이라면서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는 비율도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이 정시모집 합격생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스펙경쟁’ 과열… “합격엔 도움 안돼” 
  대입 입학사정관제를 둘러싼 문제는 학생들 사이에서 비교과 활동 ‘스펙 경쟁’이 과열되면서 시작됐다.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일부 상위권 대학은 스펙이 화려한 학생을 선호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됐다. 경기지역 고3 임모 양은 “친구들이 동아리 활동 이력을 계속 늘리는 걸 보니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그동안 교내외 동아리 활동만 4개 이상을 했고 얼마 전 중국어 잡지를 만드는 전국연합 동아리에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다른 학생들과 차별화된 이력을 쌓기 위해 교외에서 별도의 비용을 지출하며 비교과 활동을 마련한다. 서울의 고3 조모 군은 “학생들 사이에는 돈이 많은 집안의 학생들이 입학사정관제 합격에 유리하다는 소문도 있다. 해외 봉사활동처럼 남들이 갖추기 어려운 스펙을 쌓기 쉽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교내활동을 제외한 불필요한 교외활동은 합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선 연세대 선임입학사정관은 “일부 합격생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그 학생이 했던 활동을 ‘모범답안’처럼 따라 하는 학생도 생겼다. 특히 합격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교외대회 수상실적과 공인어학성적이 합격을 위해 필요한 ‘스펙’인 것처럼 소문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비교과 활동의 양이나 남들이 하지 못하는 활동을 했다는 차별성 자체는 직접적인 평가요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인 김모 교사는 “아직도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른 채 인터넷과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한다”면서 “입학사정관제 자체에 문제가 있기보단 정보가 부족해 혼란과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 3000개 넘어 혼란 vs 수업태도 좋아져
  대입 수시모집의 전형 이름이 대학마다 달라 3000여 개에 달하는 점도 입학사정관제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전형의 이름이 다양하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진학담당 교사들조차 대응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부산지역 고3 딸을 둔 어머니 김모 씨는 “전형이 복잡해 직장을 다니면서 우리 아이에게 딱 맞는 입학사정관전형이 무엇인지 찾기 쉽지 않다”면서 “주로 고3 엄마들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학원에서 여는 대입설명회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잖은 입시전문가들은 “전형이 3000여 가지라고 알려져 있지만 결코 복잡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름만 다양할 뿐 각 전형의 선발방식을 특징별로 재분류하면 3, 4가지 유형으로 줄어든다는 것.   서울 강남지역 고등학교의 오모 교사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입학사정관제 관련 연수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정보가 없어 학생을 지도하기 어렵다는 말은 변명”이라면서 “과거엔 ‘수능만 잘 보면 된다’고 생각해 학교 수업시간에 자거나 다른 공부를 하는 학생이 많았지만 담임 및 교과 교사가 작성하는 학생부 내용이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독서·봉사활동… ‘실적’보다 ‘이유’를 설명하세요

- 중앙대 다빈치형인재전형-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13학번 최명진 씨

 

 심리학자가 되는 꿈을 이루는 첫 단계로 중앙대 심리학과 13학번이 된 최명진 씨(전주 영생고). 그가 최종 합격한 다빈치형인재전형은 학업수학능력, 리더십, 봉사정신, 자기주도·창의성, 문화친화성 등 5가지 능력을 두루 갖춘 ‘펜타곤’형 인재를 선발하는 중앙대의 대표적 입학사정관전형이다.  이 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다양한 능력을 지닌 ‘팔방미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각종 교내외 비교과활동을 ‘타이틀’이나 ‘실적’ 위주로 늘어놓기 쉽다.  반면 최 씨는 120여 권에 달하는 독서나 수차례의 해외여행·봉사이력, 또래상담 등 이력을 소개하면서 그 ‘숫자’를 강조하기보다는 해당 활동을 하게 된 계기, 느낀 점이 많은 경험, 지망전공과의 연계성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포장’을 걷고 ‘속살’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평가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할머니의 치매… ‘인지심리’에 관심
  심리학과에 지원한 학생 중 어려서부터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심리학자가 되기를 꿈꾸지 않은 학생은 거의 없을 터. 결국 차이는 꿈을 갖게 된 동기에서 나타나는 ‘진정성’이다.  최 씨의 자기소개서에선 봉사활동을 한 총 시간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최 씨는 친할머니의 치매를 지켜보며 ‘인지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야기, 다른 봉사자를 보면서 자신의 진정성을 돌아본 경험을 소개해 지망전공이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중3 때부터 6년간 노인복지시설인 ‘하늘나무복지원’에서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식사하고 목욕하는 걸 도와드렸어요. 치매를 겪는 친할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한 마음이 동기가 됐어요.”(최 씨)

심리학에 ‘중독’… 소설도 ‘인물 심리’에 주목해
최 씨는 독서활동 이력을 소개할 때도 단순히 ‘어려운 책을 많이 읽었다’는 인상보다는 책은 왜 읽었는지, 무엇에 초점을 맞춰 읽었는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최 씨가 고교 3년 동안 읽고 독서교육지원시스템에 등록한 책은 총 120여 권으로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책을 읽으면서 주목한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소설 작품 한 편에서도 자신의 지망전공인 심리학과 연결해 해석하고자 노력한 점을 자연스레 어필한 것.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는 실종된 엄마를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이는 형제들의 갈등과 심리변화 양상을 들여다봤어요.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회도 됐고요.”(최 씨)

또래상담 경험… ‘관심도’ 보다는 ‘깨달은 점’에 초점
  고1 때 ‘솔리언 또래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한 최 씨. 그가 3년 동안 꾸준히 진행한 또래상담동아리 활동은 직접 인간의 심리를 연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심리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 또래상담 활동을 한 사실이 특별한 이력이 되기는 어려운 게 사실. 심리학과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상담’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 씨는 고2 때 또래상담동아리의 부기장을 맡았을 당시 리더십 발휘에 실패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방법으로 예비 심리학도로서 의미 있는 경험을 했음을 제시했다. 
  “후배들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은 점을 바로잡기 위해 후배들을 일방적으로 다그치다 보니 후배들과의 관계가 나빠졌어요. 상담자가 되려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존중하지 못한 것을 반성했죠. 상담심리의 ‘기본’을 깨달은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담았어요.”(최 씨)
  한편 최 씨의 고교생활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다양한 해외여행과 봉사활동 이력. 하지만 최 씨는 자신이 여행한 국가 목록을 나열하면서 ‘글로벌 시대에 맞는 안목’ 같은 능력을 어필하려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주변의 만류를 뒤로하고 떠난 인도 봉사활동에서 자신이 앞으로 심리학을 계속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한 경험을 꺼내 평소 지망전공에 대해 깊이 고민했음을 어필했다.
  “가난하지만 행복함을 잊지 않는 인도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행복을 보지 못하는 제 내면을 살피는 과제를 얻었어요. 그때 절실하게 느낀 마음을 자기소개서에 그대로 풀어낸 것이 심리학과에 합격한 비결이 아닐까요.”(최 씨) 

 

▼ 탁하얀 중앙대 입학사정관 “활동이력보다 지망전공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드러내야” ▼
최명진 씨는 2013학년도 중앙대 입학사정관전형 다빈치형인재전형으로 심리학과에 지원한 225명 중 총 8명의 최종합격자 가운데 종합성적 1등으로 선발됐다. 최 씨는 평범한 독서, 동아리, 봉사활동에서도 ‘심리학’과 관련해 배울 점을 끌어낸 과정을 구체적으로 풀어내며 합격의 꿈을 이뤘다. 전형과정에서 최 씨를 직접 평가한 탁하얀 중앙대 입학사정관이 밝히는 최 씨의 합격비결을 소개한다.

내신 성적보단 성적을 올린 ‘과정’에 주목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이 놓치는 것이 내신 성적 관리의 중요성. 하지만 평가자가 주목하는 것은 성적 자체보다는 성적을 꾸준히 향상시키려 노력한 모습과 방법 등에 있다. 특히 지원자가 대학에서 전공영역을 적절히 공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명확한 확신을 줄 수 있으면 된다. 
  탁하얀 입학사정관은 “최 씨의 경우 학업수학능력 부문에서 1, 2학년 때 비교과활동을 열심히 하면서도 친구들과 자기주도학습 동아리를 운영하며 내신 성적을 1.72(고1)에서 1.38(고3)로 꾸준히 향상시킨 점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올해 다빈치형인재전형 심리학과 합격의 평균 내신 성적은 중앙대 환산 기준 2∼3등급. 최 씨는 중앙대 환산 기준 1.58등급이다.

지망전공에 대해 깊이 ‘탐구’한 흔적에 점수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하는 학생 중 상당수는 자신의 지망전공과 관련해 깊은 고민의 흔적을 어필하지 못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탁 입학사정관은 “학생들은 앞으로 무엇을 공부하겠다는 ‘미래’의 이야기를 하려 하지만 평가자는 고교생활 동안 지원자가 지망전공을 깊이 탐구한 ‘과거’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최 씨의 경우에는 고교생활 동안 심리학 관련 독서를 하고 관련 교내 동아리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면서 심리학의 상담심리, 인지심리 등 하위갈래 중 인지심리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상세히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 상당수 심리학과 지원자들이 심리학과의 학문영역 중 일부에 불과한 ‘상담’에만 관심을 보인 것에 비해 전공적합성 측면에서 타 학생보다 믿음직한 인상을 주었다.

‘실패→이유→깨달음’ 구조 스토리에서 진정성 보여
  많은 수험생들은 자기소개서 등 서류에 자신의 경쟁력을 최대한 눌러 담겠다는 부담 때문에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열거하려다 보니 그 에피소드에 담긴 맥락과 이유, 과정을 제대로 부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원자가 인상 깊게 깨닫거나 배운 점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사례를 골라 그와 관련한 스토리를 자세히 서술하는 것이 좋은 방법
  탁 입학사정관은 “최 씨는 자기소개서는 단순 이력을 시간순서로 나열하는 타 지원자들의 것과 차이를 보였다.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리더십 발휘에 실패한 경험을 소개한 부분에선 자신이 잘못한 점,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 전공영역 측면에서의 깨달음 등의 구조를 갖춰 스토리를 서술한 점이 큰 장점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해외 봉사이력, 평가 대상 아니지만 ‘느낀 점’ 서술에 주목 
  입학사정관전형 지원자 중 일부는 대규모 조직을 이끈 경험이나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한 ‘스펙’을 강조한다. 하지만 평가자가 지원자의 서류에서 주목하는 것은 활동 이력의 규모나 횟수, 권위보다는 해당 활동을 통해 자신이 인성과 지망전공 측면에서 무엇을 얻었는지에 있다. 
  최 씨는 해외여행, 봉사경험을 자기소개에서 소개하면서 지망전공 측면에서 새롭게 깨달은 점을 어필하는 데 주력했다. 탁 입학사정관은 “최 씨가 해외에서 여행이나 봉사활동을 많이 한 이력은 일반적인 수준은 아니므로 그 자체가 평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다만 인도 봉사활동에서 느낀 점을 진솔하게 풀어낸 ‘방식’은 참고할 만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201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