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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학년 입시의 대장정이 마무리됐습니다. 2014학년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입니다. AㆍB형 선택형 수능을 둘러싼 논란까지 더해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공교육 진학 전문 교사들이 머리를 모은 이유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2013 대입 합격ㆍ불합격 사례와 서울 지역 일반고 한 곳을 선정, 전형 유형별 합격생 성적 분포를 분석해봤습니다. 중위권 수험생을 위한 2014 수능 AㆍB형 선택 가이드도 준비했습니다.
합격과 불합격을 가른 차이는 ‘나 바로 알기’에서 시작됐다는 사실, 이번 기획의 결론입니다.

 

 
개편 수능이 처음 적용되는 2014 입시의 핵심은 과목별로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현재까지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인문계는 국·수·영 기준 BAB, 자연계는 ABB형을 반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공식’이 대세로 인식되는 상황. 그러나 분석팀 교사들이 2013학년 수시와 정시 모집 인원을 기준으로 전국 대학들의 A/B형 반영 방법을 조사한 결과, 두 유형을 모두 열어놓은 대학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위권 학생들이 무조건 대세를 따르기보다 유형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A/B형 모두, 혹은 일부 열어둔 수도권 대학은?  
논란에 휩싸인 2014 수능의 문제는 수험생을 이른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나눴다는 것. 이는 중·상위권 대학들이 과목별 반영 유형을 인문계는 BAB, 자연계는 ABB로 고정했기 때문이다. 시험도 보기 전에 지원할 수 있는 학생들의 자격이 정해지면서 선택형 수능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 것은 이 때문. 그러나 수험생 입장에서는 논란을 떠나 이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다.
분석팀 교사들이 전국 대학의 수능 국·수·영 조합별 모집 인원을 조사한 결과(표1 참조), 실제 자연 계열이 대다수인 ABB형을 반영한 전국 대학은 17.35%지만, 수도권 대학을 기준으로 하면 31.2%로 늘었다. 인문 계열이 대다수인 BAB형을 반영한 전국 대학은 16.42%지만, 수도권 대학은 35.4%로 늘었다. 어려운 유형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에 대한 수도권 대학 편중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A/B형 모두 열어둔 대학은 전국적으로 42.29%에 달한다. 영어는 B형을 필수로 하되, 국어와 수학을 A/B형 모두 열어둔 대학은 7.73%였다. 이중 수도권 대학의 비율도 각각 9.54%, 3.69%였다. 분석팀 교사들은 “학생들은 막연히 문과는 무조건 BAB, 이과는 무조건 ABB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분석팀이 과목별로 A/B형을 모두 반영하는 수도권 대학(표2 참조)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인교대를 포함한 12곳이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 포진해 있었다. 또 영어는 B형을 필수로 하되, 국어와 수학을 A/B형 모두 반영하는 수도권 대학(표3 참조)은 서울교대를 비롯해 가톨릭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상명대 등 7곳이 눈에 띈다. 분석팀 교사들은 “특히 상위권 여학생들의 지원률이 높은 경인교대와 서울교대가 과목별로 A/B형을 모두, 혹은 일부 열어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영어 B형 응시자 80%’에 숨은 전략
이번 수능의 뜨거운 감자는 ‘영어’. 국어, 수학과 달리 영어 A형만 자격 요건으로 내건 대학은 예체능계를 제외하고 전국에 한 곳도 없었다. 실제 2012년 6월부터 9월, 11월까지 전국연합학력평가 과목별 응시 비율(표5 참조)을 보면 인문 계열과 자연 계열이 확실히 나뉘는 국어, 수학과 달리 영어 B형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비율은 77.6%에서 83.2%로 증가했다. 분석팀 교사들은 “앞서 수험생 J가 B형에 응시했을 때 50점 맞을 경우 백분위가 5등급이었다면, A형에서 똑같은 50점을 맞더라도 백분위는 3등급으로 달라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B형 응시자에게 가산점이 20% 주어진다 해도 뒤집을 수 없는 수치. 이 수험생이 A형으로 바꿀 경우 B형으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좀더 만족할 만한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영어에서 듣기 22문항의 배점이 50%에 달하는데다, 담화문 한 개에 제시문이 두 개 주어지는 다문항까지 생겨 실력 차가 듣기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분석팀 교사들은 “B형 응시자의 변별력을 위해 A/B형 공통 문항의 난도가 높아지면, 응시자 인원이 적은 A형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수생, 반수생 B형으로 유입… 성적 하락 심화될 수도
3~4등급대부터 중위권 학생들이 당장 A/B형 선택 문제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 분석팀 교사들은 “현재 상황에서는 B형을 중심으로 공부하되, 추이를 지켜보면서 A형으로 넘어가는 문제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성적대 학생들에게 굳이 문과라고 해서 BAB, 이과라고 해서 ABB를 고집하는 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인문계인데 영어에 약하거나, 특정 영역에 취약할 경우 A/B형을 모두 반영하는 대학들의 정보(표4 참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수능에 가까울수록 재수생과 반수생이 주로 B형에 유입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B형을 고집하다 인원이 제한된 수도권 대학 진학에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 이런 현상은 현행 수능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2013 입시 합격·불합격 사례를 통해 확인했듯이 ‘가고 싶은 대학’과 ‘갈 수 있는 대학’은 다를 것이 엄연한 현실.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한 합리적인 입시 전략 수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출처 :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