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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굽는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출처: gettyimage>

 

눈이 오고 날씨가 추워지면 길거리에서 붕어빵 혹은 호빵을 입으로 호호 불어가면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갓 구어 나온 빵의 냄새와 노릇노릇한 빵 껍질, 알맞은 양의 팥은 더욱 군침을 돌게 만든다. 지금은 빵이 종류도 많고 다양한 형태로 판매되고 있으며, 하루 한끼 정도는 빵으로 해결하는 것이 흔하다. 빵 특유의 색과 향도 화학반응이 일으키는 변화의 한 단면이다. 이번에는 빵에 얽힌 화학에 대해서 알아보자.

반죽(dough)과 발효

빵의 재료는 밀가루를 비롯하여 계란, 우유, 심지어 말린 과일까지 매우 다양하다. 기호에 따라 각 성분의 비율이 다르겠지만, 역시 주성분은 밀가루이다. 녹말(starch)이 주성분인 밀가루에는 소량의 단백질과 미네랄도 포함되어 있다. 녹말은 알파 포도당 분자가 결합된 고분자인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이 혼합되어 있다. 빵의 재료로 반죽을 만들 때 효모(yeast) 혹은 탄산수소소듐(NaHCO3: 중탄산나트륨 혹은 중조라고 부르기도 하며, 가정에서 사용하는 베이킹 소다.)을 첨가해서 부드러운 빵을 만든다.

빵을 반죽할 때 공기 주머니가 생기고, 반죽에 포함된 단백질(아미노산)이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는 등의 반응이 생긴다. <출처: gettyimage>

 

손 혹은 교반기를 사용하여 일정 시간 동안 주물러 주면 작은 공기 주머니들이 형성된다. 이 때 반죽에 포함된 단백질 혹은 아미노산과 공기중의 산소가 반응을 하게 된다. 빵의 향과 질감이 반죽하는 시간에 달려 있는 것도 이런 종류의 화학반응과 상관관계가 있다. 또한 반죽할 때 넣은 효모는 반죽에 포함된 탄수화물, 특히 설탕과 작용하여 이산화탄소 혹은 에탄올을 형성한다. 반죽을 따뜻한 곳에 놓아두면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빵을 구울 때 열을 가하면 반죽에 갇혀있던 미세한 이산화탄소 주머니가 팽창하면서 빵은 더 부풀어 오른다. 이산화탄소 공기 주머니들이 반죽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공기 주머니의 밀도가 높을수록 빵은 더 부드러워 진다. 이산화탄소 주머니를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탄산수소소듐을 이용하는 것이다. 탄산수소소듐은 약 70˚C 이상에서는 탄산소듐, 이산화탄소, 물로 분해가 된다. 그러므로 반죽에 효모 대신에 탄산수소소듐을 첨가하면 공기 주머니의 양을 비교적 잘 제어할 수 있다. 많은 양으로 균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빵집에서는 베이킹 소다가 더 선호되는 이유이다.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과 온도

호빵 등 증기로 찐 빵은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출처: 연합뉴스>

 

 

같은 반죽을 가지고 다른 색을 띠는 빵이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오븐에서 혹은 불로 구운 빵은 겉이 갈색이며, 만두와 같이 증기로 찐 빵은 흰색을 띤다. 밀가루에 포함된 포도당과 아미노산이 열에 의해 화학반응이 진행되면 갈색을 띠게 된다. 이것은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메일라드 반응)이 진행되어 생긴 결과이다. 이 반응을 알아낸 프랑스의 화학자(Louis-Camille Maillard) 이름을 붙여 마이야르 반응이라 부른다. 밀가루에 포함된 아미노산 혹은 밀가루 단백질이 분해되어 생성된 아미노산이 이용되는 반응이다. 단백질은 다양한 종류의 아미노산이 서로 많이 결합되어 있는 물질이기에 그 중 일부만 분해가 되어도 아미노산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갈색 명암이 차이가 나는 것은 반응에 이용된 아미노산의 종류와 농도가 다르기도 하지만, 빵 굽는 온도 혹은 반죽에 포함된 물의 양에도 의존한다. 오븐 안에서 빵 표면의 수분은 쉽게 증발되고, 마이야르 반응에 필요한 온도(약 150˚C 전후)에 쉽게 도달한다. 그러나 빵 내부는 수분이 있어서 그 반응에 적합한 온도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증기로 찐 빵은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서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다. 빵 모양의 반죽 표면으로 충분한 수분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반응에 필요한 온도에 도달하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만두 혹은 찐빵처럼 증기로 찐 빵들은 갈색으로 변하지 않고, 대체로 반죽의 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죽에 있는 아미노산의 변 신

반죽에 포함된 아미노산과 포도당(과당 혹은 설탕)이 반응하여 만들어 내는 최종 생성물과 아미노산이 분해되면서 형성되는 알데하이드가 합쳐지면 빵 특유의 색과 향이 난다. 환원당(reducing sugar)의 카보닐기(환원당은 알데하이드 기를 포함하고 있어서 반드시 카보닐기(C=O)가 존재한다.)와 아미노산의 아민기가 반응하면 일차적으로 글리코실아민(glycosylamine)이 형성된다. 글리코실아민은 다시 분해과정을 거쳐서 다양한 화합물로 바뀐다. 예를 들어서 토스트 특유의 색과 향도 밀가루에 포함된 라이신(lysine)과 포도당이 반응을 하여 형성된 다양한 화학물질이 내는 결과이다. 또한 메이풀 시럽의 향은 세린(serine)과 포도당을 반응시켜서, 불에 구운 고기 맛은 시스틴(cysteine)과 포도당과 반응시켜서 얻을 수 있다. 색과 향은 반응할 때 이용되는 아미노산, 온도와 수분의 양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므로 제품의 색과 향을 맞추기 위한 구체적인 ‘반응조건’들은 제빵 회사의 귀중한 자산이며, 노하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감자에 포함된 아미노산인 아스파라긴(asparagines)과 포도당이 반응하여 생성되는 것이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이다. 아크릴아마이드 역시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서 생성되는 화학물질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빵을 비롯한 음식의 다양한 색과 향은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토스트를 구우면 생기는 갈색은 마이야르 반응 반응의 결과이다. <출처: gettyimage>

 

 

빵 속의 단백질과 과민증상

빵 반죽에 포함된 단백질이 가수분해 되면 각종 작은 단위의 수용성 단백질 혹은 아미노산이 생성된다. 물에 녹지 않은 단백질 성분들은 반죽을 할 때(kneading) 다시 서로 결합이 된다. 반죽 표면이 공기와 접촉하면 산소에 의해서 단백질 간의 이황화 결합도 형성된다. 반죽시간이 길어져 단백질 간의 결합이 많이 생기면 씹을 때 다소 질긴 느낌을 갖는 빵이 만들어 진다. 물에 녹지 않는 단백질로 글루텐(gluten)이 있다. 글루텐은 흔히 보리, 밀, 통밀 등에 포함된 단백질이며, 두가지 성분인 글리아딘(gliadin)과 글루텔린(glutelin)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 단백질 식품의 단백질을 함량을 높이는 데에도 글루텐을 사용한다. 글리아딘과 글루텔린은 이황화 결합 혹은 물에 녹지 않으므로 소수성 상호작용으로 뭉쳐진다. 글루테닌(glutenin, 글루텔린 중에서 가장 흔한 형태)의 함량이 높은 밀가루로 빵을 만들려면 더 많은 반죽 시간이 필요하다. 질긴 빵을 만들면 빵 부스러기는 적게 만들어 진다. 그러므로 부서지기 쉽고 바삭바삭한 느낌이 드는 비스킷을 만드는 데는 글루테닌이 많이 포함된 밀가루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데 글루텐은 일부 사람에게는 골치 아픈 녀석이다.

소아지방 병증에 걸리면 작은 창자의 융모가 소실된다. <출처: (cc) Samir at en.wikipedia>

 

 

소아지방병증(Celiac disease)이라고 알려진 글루텐 과민증이 그것인데 서양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루텐 과민 증상을 보인다. 병명과는 달리 소아지방병증은 어떤 연령에서도 발병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상점에 진열된 식품에 글루텐 유무 여부가 표시된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몸은 글리아딘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여 물리치려고 한다. 그 결과 인체는 면역체(cytokine, 시토카인) 분자들을 쏟아내고, 그것들은 작은 창자내의 융모(villi)에 염증을 일으켜 융모의 크기를 현저하게 축소시킨다. 작은 창자의 융모는 작은 돌기들로 표면적을 넓혀 영양분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소아지방병증을 앓는 환자들은 기능이 약화된 융모로 인해 영양분의 섭취가 힘들어져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이 있다. 동시에 흡수 안된 영양분들을 배출하기 위해서 장기간 설사 증세를 보인다. 성인의 경우에 칼슘과 비타민 D의 흡수 저하로 골다공증에 걸린 위험도 높아진다. 쌀에는 글리아딘 단백질이 존재하지 않아서 글루텐이 형성될 수 없으므로, 글루텐 과민증 환자들은 밥을 먹어도 괜찮다. 빵 대신 밥만을 먹어야 되든지, 글루텐이 없는 빵을 구입해서 먹는다고 생각하면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빵의 색과 향도 화학반응의 결과

빵의 색과 향도 알고 보면 화학반응의 결과이다.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자연산 제품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모든 것이 화학반응의 결과물이며, 인간은 물론 자연 조차도 화학물질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