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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 제공


입사동기 기자들과 함께 뜨거운 볕이 내리쬐던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선블록(선크림)을 두고 온 기자에게 고 모(27) 기자가 제품을 빌려줬다. SPF가 무려 100짜리란다. 손등에 덜자 고무와 같은 꾸덕꾸덕한 크림이 나왔고 얼굴에 바르자 마치 갑옷을 두른 기분이었다. 바쁜 하루를 보낸 뒤 최 모(29) 기자는 거울을 보며 “역시 SPF가 100이나 되니 얼굴이 타지 않았군!”이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동기들과의 실제 카카오톡 단톡방 화면 캡처. 이들이 SPF의
동기들과의 실제 카카오톡 단톡방 화면 캡처. 이들이 SPF의 '참 의미'를 알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카카오톡 화면 캡처

최 모 기자의 말은 사실일까. 정말 SPF 수치가 높을수록 태양으로부터 내 피부를 더 잘 보호할 수 있을까? 미국 연구진은 2015년 미국의학협회의 국제학술지 ‘피부과학저널(JAMA Dermat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선블록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라벨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자외선은 UV-A, UV-B, UV-C로 구분된다. 각각 A는 노화(Aging), B는 일광화상(Burn), C는 암(Cancer)을 일으킬 수 있는 자외선을 의미한다. 이중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SPF(Sun Protect Factor)는 UV-B를 차단하는 정도를 나타낸 수치다.

 

그렇다고 해서 SPF100이 UV-B를 100% 막아준다는 의민 아니다. 연구를 진행한 루팔 쿤두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완벽히 보호하는 방법은 태양을 아예 피하는 방법 뿐”이라고 일축했다.

 

SPF100의 의미를 풀어 말하자면 ‘실외에 나가기 전 이 선블록을 피부에 발랐을 때, 햇볕에 화상을 입지 않고 100배 이상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의미다.

 

선블록이 UV-B로부터 우리 피부를 보호해줄 수 있는 시간은 10~15분에 SPF 뒤의 수치를 곱한 값이다. 즉,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SPF30은 300~450분, SPF100은 1000분~1500분 동안 UV-B로부터 피부를 지켜준다.

 

한편, SPF와 함께 소비자들이 확인하는 PA수치는 UV-A 차단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뒤에 쓰인 +의 개수가 많을수록 성능이 더 우수하다. 즉, 햇빛에 노출돼 피부가 노화되는 것을 예방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의 개수가 최대한 많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위키미디어 제공
위키미디어 제공

최근엔 독특한 선블록 제품도 시장에 나왔다. 알약 하나를 먹으면 태양을 피할 수 있단다. 중미에서 자라는 양치류 식물인 ‘폴리포듐 로코토모스’의 추출물로 만든 알약인데, 이 성분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란다. 또, 태양빛을 오래 받으면 피부가 가렵거나 붉어지는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의 민감성을 낮추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미국 헨리포드병원 연구진은 2014년 ‘미국 피부과학회저널’에 밝힌 연구를 통해 이러한 섭취 형태 제품의 효능을 비판했다. 피부에 발랐을 때 폴리포듐 로코토모스의 자외선 방지 효과는 분명 존재하지만, 섭취했을 때의 효과는 알 수 없을뿐더러 장기간 섭취했을 때의 안정성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가령 녹차는 피부에 발랐을 때 태양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지만, 녹차를 마신다고 해서 이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연구에 참여한 헨리 림 박사는 “피부 보호 효과가 있다고 해도, SPF로 환산하자면 3~5정도의 아주 미미한 수치일 것”이라며 “사람이 식단으로 태양빛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하나도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보충제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결국, ‘태양을 피하는 방법(feat. 비)’이 최선책이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http://www.dongascience.com/news.php?idx=18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