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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무기 '번개'

category 재미있는물리/과학산책 2015. 5. 1. 09:03

 

 

번개는 자연이 보여주는 전기 현상이다. <출처: (cc) André Karwath>

 

 

 

고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한 기상현상은? 번개다. 고대신화를 보면 그 나라의 가장 힘센 신이 번개의 신이다. 그리스의 제우스, 북유럽의 토르는 번개무기를 마구 휘두른다. 바벨론의 마르둑, 인도의 인드라도 악한 신과 싸울 때 번개를 사용한다. 그 어떤 신도 번개무기에 꼼짝 못한다. 신들의 전쟁에서 최종무기가 번개인 까닭이다. 그러나 번개는 신들이 일으키는 무기가 아니다.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전기현상일 뿐이다.

번개는 전기의 방전 현상

국어사전에 보면 번개(lightning, thunderbolt)는 구름과 구름,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공중 전기의 방전이 일어나 번쩍이는 불꽃이라고 정의한다. 기상백과에서는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방전 현상을 낙뢰(thunderbolt)라고 한다. 두산백과에서는 낙뢰를 벼락(lightning strike) 이라고 부른다. 우리 국어사전이 좀 더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해 보자. 번개는 번쩍 번쩍 하는 전기의 방전현상이다. 기상예보에서 많이 사용하는 뇌우(thunderstorm)는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번개를 동반한 강우를 이야기한다. 공중에 있는 전기와 지상에 있는 물건과의 사이의 방전()현상으로 지상에 떨어져 피해를 주는 것은 낙뢰나 벼락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번개라는 용어로 위의 현상들을 묶어 사용한다. 그러나 실제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낙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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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이에서 발생하는 번개 <출처: (cc) Fir0002 at Wikimedia.org>

번개가 땅에 떨어지는 현상을 벼락 혹은 낙뢰라고 한다. <출처: (cc) refractor at Flickr.com>

보통 한 지역의 공기가 태양열로 인해 뜨거워지면 상승하게 된다. 상승된 공기는 구름으로 변한다. 이때 이 공기가 습도가 높고 불안정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면 급격히 발달하게 된다. 적란운이나 뇌방전(천둥번개)을 일으키는 뇌우구름()으로 형성된다. 뇌우구름은 강한 돌풍과, 천둥, 번개, 맹렬한 소나기 현상을 동반한다. 일반적인 번개형성 원리를 살펴보자. 번개는 뇌운()안에 있는 양극과 음극의 전기 전하들이 분리되면서 일어난다. 이때 뇌우구름 내부에서 전하분리로 인해 뇌우구름의 밑 부분에는 음전하(-전기)가 모인다. 땅에는 양전하(+전기)가 유도된다. 뇌우구름의 밑 부분과 땅 사이의 전위()차가 생기게 된다. 이 전위차가 커지면 번개가 발생한다. 이때 전위의 차이가 클수록 번개의 발생빈도와 강도도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연평균 뇌우일수는 14일 정도다. 뇌우는 덥고 습기가 많은 날에 잘 발생한다. 따라서 뇌우 발생은 주로 7,8월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에는 다른 계절에도 많이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1초에 약 70개에서 100개, 하루에 약 800만 회의 번개가 치고 있다. 번개는 기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높은 습도와 기온을 보이는 우간다의 캄팔라에는 매년 평균 290일 정도 번개가 친다.

뇌우(Thundrestorm)구름의 형성

뇌우구름의 형성조건

번개 형성 원리

번개와 함께 비가 내리는 현상을 뇌우라고 한다. 뇌우구름이 만들어지기 위한 조건은 세 가지이다. 불안정대기, 상승작용 그리고 높은 습도다. 먼저 불안정대기다. 공기가 불안정하다는 이야기는 대기 하층이 따뜻하고 상층이 차갑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지표면의 공기는 안정해 지려는 성질을 가지게 되고 상승한다. 상승하는 공기는 상층의 기온이 낮기 때문에 포화에 이르러 구름이 만들어진다. 두 번째가 상승운동이다. 어떤 원인으로든 상승운동이 있어야 하층 공기가 상승한다. 상승작용은 대류에 의한 일사, 지형에 의한 강제 상승, 전선 상에서의 온난공기의 상승, 저기압성 수렴, 상층냉각에 의한 대기 불안정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공기가 높은 습도를 보여야 한다. 습도가 낮다면 불안정대기로 상승이 이루어져도 응결이 일어나지 않는다. 번개구름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막에서는 불안정대기와 상승작용이 있어도 뇌우구름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습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습도가 높을수록 구름이 만들어지면서 많은 잠열을 방출한다. 이럴 경우 공기는 더욱 불안정해지면서 상승작용을 강화시킨다.

뇌우구름의 일생

뇌우구름의 성장 및 소멸하는 과정은 그림과 같다. 뇌우구름이 발생해서 성장하고 소멸하는 시간은 매우 짧다. 통상 뇌우구름의 일생을 발달의 시기(발달기), 활발히 활동하는 시기(성숙기), 약해져 소멸할 때까지의 시기(소멸기)의 3기로 나눈다. 각기의 계속시간은 불과 15분 정도이다.

뇌운의 성장 및 소멸 <출처: 케이웨더>

그림은 온대지방의 여름 뇌우구름 모델이다. 지상기온은 30℃로, 기온이 0℃인 빙결고도는 지상 5km로 가정했다. 가장 좌측 그림(a)은 발달기의 뇌우구름 세포이다. 세포 내에는 상승기류가 주로 존재한다. 한 여름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면서 수직으로 크게 발달하는 구름(웅대적운)이다. 구름 꼭대기가 지상으로부터 6km 이상 발달하면 기상레이더에 에코(echo)가 나타난다. 통상 에코의 높이가 지표에서 8km 이상 나타날 때를 발달기라 부른다. 구름 상층에서는 눈이나 빙정, 싸락눈이 관측되지만 상승기류가 강해 지상까지 떨어지지는 않는다.

가운데 그림(b)가 성숙기다. 뇌우구름의 세포가 강하게 성장한 경우다. 강수입자는 한층 커지면서 낙하 속도가 기류의 상승속도보다 커진다. 따라서 땅을 향해 강수입자가 낙하를 시작하며 땅에는 강한 비가 내리는 시기다. 강한 상승기류가 아직도 주력이지만 강수에 끌리어 하강기류도 생긴다. 구름의 높이는 12km 이상 발달한다. 이런 구름을 적난운이라 부르며 구름 상단에서는 구름이 퍼져나가는 모루구름이 생긴다. 뇌방전 활동은 이시기가 가장 왕성하다. 통상 5초에서 10초 사이에 1회의 비율로 뇌방전을 반복한다. 발달기의 말기부터 방전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가장 강한 방전현상은 성숙기에 나타난다.

우측 그림(c)이 소멸기의 뇌우구름 세포를 나타낸다. 성숙기에 들어가 15분 정도 되면, 상승기류는 약해진다. 반면 구름 전체에 하강기류가 강해진다. 따라서 새로운 강수 입자의 생성이 멈추면서 지표면의 비도 약해지는 단계다. 15분 정도 지나면 강수입자는 전부 낙하하고 번개구름 세포는 소멸된다. 그러나 이 예는 이상화한 모델일 뿐 실제는 다르게 나타날 경우가 많다. 실제의 뇌운에는 최초로 성장한 세포의 옆에 다음의 세포가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개의 세포가 시간차를 두고 성장하면서 서로 옆의 세포에 영향을 준다. 주위대기의 흐름, 불연속면의 존재, 지형의 영향 등이 더해지면서 뇌우구름의 구조는 매우 복잡해진다. 강한 뇌우구름이 뇌방전을 반복하면서 여러 개의 세포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런 경우 새로운 세포가 발달하면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토네이도가 바로 이런 경우에 발생한다.

뇌우의 종류와 강도

먹구름 낀 바닷가에 내리치는 번개 <출처: getty images>

뇌우는 한 개의 뇌우로 끝나는 단세포 뇌우, 진행하면서 계속적으로 뇌우를 생성하는 다세포뇌우, 열 지어 나타나는 스콜선(squall line)뇌우 등으로 나뉜다. 그리고 발생원인 별로는 전선뇌우, 기단뇌우, 스콜선뇌우로 나눈다.

먼저 전선뇌우를 살펴보자. 뇌우는 한랭전선이나, 온난전선, 정체전선, 폐색전선 등 어느 형태의 전선 상에서도 만들어진다. 전선성 뇌우는 따뜻하고 습윤하며 불안정한 공기가 전선면을 따라 상승하면서 발생한다. 빠르게 이동하는 한랭전선의 경우, 그 진행 전면의 수 km 되는 지역에서도 뇌우가 형성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른 봄이나 늦가을에 일어나는 뇌우는 전선성이 많다. 그리고 온난전선보다 한랭전선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높다.

둘째, 기단뇌우다. 기단 뇌우는 전선과는 무관하게 따뜻하고 습윤한 기단 내에서 만들어지기에 열뇌우()라고도 한다. 기단뇌우는 지표면이 가열되어 뜨거워지면서 상승기류가 생겨 만들어지는 형태다. 강도 및 빈도수는 오후 중반이나 늦게 최대가 된다. 우리나라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영향을 주는 여름에 많이 발생한다. 기단뇌우의 경우 습윤하고 불안정한 공기가 산악의 경사면을 따라 상승하는 경우 풍상측에서 생기기도 한다. 대기의 지표면에 바람이 수렴되는 경우(기압골, 해륙풍)도 발생한다. 태평양의 바다에서는 낮이나 저녁에 뇌우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한밤중부터 새벽에 뇌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바닷물은 새벽에도 차지지 않는데 그 위의 상층공기는 복사냉각으로 차가워진다. 이런 경우 불안정이 만들어지면서 뇌우가 생기는 것이다.

세 번 째가 스콜선 뇌우다. 스콜선이란 전선이 아닌 좁은 띠 모양으로 나타나는 활동적인 불안정선을 뜻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뇌우를 스콜선 뇌우라 한다. 습윤하고 불안정한 대기 속을 빠르게 이동하는 한랭전선의 전면 50 ~ 300마일(mile) 지점에 종종 만들어진다. 하지만 전선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형성된다. 저기압, 쉬어선 등 하층대기에서 수렴이 발생하는 바람장에서도 일어난다. 뇌우 중 가장 위험한 뇌우가 스콜선 뇌우다. 뇌우선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항공기가 우회하기도 힘들다. 통과하기에는 너무 넓고 위험하다.

위성사진 상에서 명확히 나타나는 스콜선의 소용돌이(왼쪽). 스콜선으로 발생한 구름의 모습(오른쪽 위아래) <출처: 기상청>

뇌우의 강도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강수는 없고 밤에는 번개불빛을 발견할 수 있으나 낮에는 발견할 수 없는 상태를 ‘약’이라 하고, 풍속 25 ~ 35knots, 시정 1/2 ~2mile, 천둥소리가 들리고 불빛이 보일 정도를 ‘중’, 풍속 35knots 이상, 시정 1/2mile 이하, 비바람을 동반하고 낙뢰가 땅에 떨어지는 정도를 ‘강’으로 본다.

여름뇌우와 겨울뇌우

빙결고도인 0℃의 온도 고도가 여름철 뇌우구름에는 5km의 고도에 있다. 그러나 겨울에는 이보다 훨씬 더 아래에 위치해 있다. 온도고도가 전반적으로 여름보다 4~5km 낮다. 이런 이유로 겨울의 뇌우구름은 운고(cloud top)가 낮다. 운저(cloud base)도 100 m이하일 경우도 있다. 그리고 공기 상층 바람이 여름보다 강하다. 이런 이유로 전하배치가 여름보다 경사가 져서 만들어진다. 때문에 정극성 전하가 직접 대지에 방전하는 낙뢰가 많아지게 된다. 연직방향으로 발달하는 여름철의 뇌우구름에서는 오직 하방의 음전하를 지면에 방전하는 부극성낙뢰가 발생한다. 그러나 겨울 뇌우구름은 수평적으로 길게 비스듬하게 만들어지면서 상방의 양전하가 직접 지면에 방전하는 낙뢰가 생기는 것이다. (부극성 낙뢰는 뇌운의 하부 전하가 ‘-’이고 지면이 ‘+’일 때를 의미한다. 반대로 정극성 낙뢰는 뇌운 하부 전하가 ‘+’이고 지면이 ‘-’인 경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극성 낙뢰가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름 및 겨울의 뇌운현상과 전하의 분포 <출처: 케이웨더>

뇌우가 발생할 때의 기상상태와 위험

뇌우 출현 시 각종 기상요소들이 변화한다. 뇌우가 접근함에 따라 지상 기압은 급격히 하강한다. 성숙기에 접어들어 돌풍전선의 활동이나 소나기가 시작되면 하강기류로 인해 기압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뇌우가 움직여 이동해 가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강수는 하강기류가 있는 중심 부근에서 비가 오기 시작한 후 곧 최대로 된다. 강한 비는 보통 5 ~ 15분간 계속되며 그 후 서서히 약해진다. 또한 뇌우가 접근할 때는 기온이 상승하다가 뇌우가 도달하기 앞서 나타나는 하강기류 때문에 급격한 기온하강이 일어난다. 상대습도는 강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포화상태에 도달하지 않으며 매우 낮은 경우도 있다. 이는 빗방울의 온도가 주위의 공기보다 몇 도 낮기 때문이다. 풍속은 뇌우가 도달하면서 급격히 증가한다. 뇌우가 통과하면 풍속은 급격히 감소한다.

뇌우는 난류, 착빙, 번개, 강수, 강한 지상풍 등을 동반한다. 더욱 위험한 뇌우는 우박을 만들고, 때로는 토네이도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출처: getty images>

뇌우는 난류, 착빙, 번개, 강수, 강한 지상풍 등을 동반한다. 더욱 위험한 뇌우는 우박을 만들고, 때로는 토네이도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뇌우가 만드는 위험한 기상현상 중에 난류(turbulence)가 있다. 모든 뇌우 속에서는 위험한 난류가 존재한다. 구름 내에서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만드는 바람쉬어(windshear, 바람결과 바람결 사이) 영역에서 가장 심한 난류가 나타난다. 뇌우의 상층 위쪽이나 측면 20마일까지도 쉬어에 의한 난류가 존재하기도 한다. 또한 적운의 모루에서 풍하측 15~30마일 지점에서 심한 난류가 나타나기도 한다. 뇌우에서 나타나는 난류는 특히 항공기의 안전에 영향을 준다. 하층의 난류는 차가운 하강류와 주변 공기와의 쉬어 구역에 존재한다. 이러한 난류는 발달된 뇌우구름의 전방 10~15마일 지역인 돌풍전선(gust front)에서 일어난다.

뇌우가 동반하는 악기상중 하나가 우박(hail)이다. 우박은 뇌우구름에서 내리는 구형이나 원추형의 불규칙한 모양의 고체 강수를 말한다. 우박은 뇌우의 성숙기에 강한 상승류가 존재하는 경우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뇌우가 강할수록 우박의 가능성도 높다. 직경이 1cm 정도인 우박의 낙하속도는 13.9m/s 이며, 직경이 클수록 낙하속도는 커진다. 때문에 큰 우박은 농작물이나 시설물에 큰 손상을 준다.

마지막으로 항공기 착빙(icing)이 있다. 대기의 온도가 빙점 이하인 경우 착빙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착빙은 0℃~-20℃의 기온에서 형성된다. 가장 심한 착빙은 0℃~-10℃에서 나타난다. 가장 두텁게 되는 착빙은 빙결고도 보다 약간 높은 고도에서 나타난다. 빙결고도는 심한 강수와 난류를 함께 동반하는 층이다. 따라서 뇌우 구름 중 가장 위험한 기상이 나타나는 고도가 된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