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일반상대성이론 이해하기 2015, 상대성이론 발표 100주년

 

우리가 블랙홀을 상상할 때 떠올리는 검은 구멍은 실제 관측으로 밝혀진 모습이 아니다. 일반상대론을 풀어서 나온 대로 과학자들이 상상한 모습이다. <출처: NASA>

 

 

 

세상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일반상대론은 까다롭고 복잡하다. 뉴턴의 중력이론을 ‘물체와 시공간의 상호작용’으로 대체한 일반상대론은 인류의 지성사에서 기념비가 될 만한 업적이다. 지금부터 우주선을 타고 다섯 단계로 압축된 일반상대론의 우주를 탐험해 보자. 좀 어렵긴 해도 찬찬히 여행을 끝낸다면 당신은 ‘일반상대론을 이해하는 11번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첫째 우주

- 시공간은 4차원 연속체다

파리가 방 안을 돌아다닌다. 파리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3개의 양(x, y, z)이 필요하므로 파리가 있는 공간은 3차원이다. 파리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공간상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지만 어제와 오늘의 파리가 다르므로 시간이라는 양(t)도 필요하다. 매 순간 파리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사건이다. 시간과 공간은 이러한 사건들을 원소로 하는 하나의 집합이다. 이 집합은 아래 그림과 같이 ‘3차원 공간’이 ‘시간’이라는 1차원 축에 연속해서 쌓여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어디서든 끊어지지 않아 4차원 시공 연속체라 부른다. 이것은 뉴턴의 우주든, 아인슈타인의 우주든 모두 같다. 우리의 여행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시공간 – 사건들로 이루어진 4차원 연속체

둘째 우주

- 뉴턴의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다

뉴턴의 시공간은 우리의 상식과 아주 잘 맞는다. 3차원 공간은 모든 영역이 균일하며, 1차원 시간 또한 균일하고 엄정하다. 시공간은 편평하다. 시간과 공간은 물체나 관측자의 운동 상태, 그리고 물질의 분포 상태와 상관없이 절대적이다. 임의의 두 사건 p = (t1, x1, y1, z1) 와 q= (t2, x2, y2, z2) 사이의 거리는 아래와 같다. 계속 나오지만 이 ‘거리’가 중요하다.

\quad \quad \quad \quad \quad \quad 공간간격제곱:\quad \combi ^{ 2 }{ \left( \triangle L \right)  }=\combi ^{ 2 }{ \left( \triangle x \right)  }+\combi ^{ 2 }{ \left( \triangle y \right)  }+\combi ^{ 2 }{ \left( \triangle z \right)  }\ \quad \quad \quad \quad \quad \quad 시간간격:\quad \triangle t=\combi _{ 2 }{ t }-\combi _{ 1 }{ t }\ \quad \quad \quad \quad \quad \quad \left( \triangle x=\combi _{ 2 }{ x }-\combi _{ 1 }{ x },\quad \triangle y=\combi _{ 2 }{ y }-\combi _{ 1 }{ y },\quad \triangle z=\combi _{ 2 }{ z }-\combi _{ 1 }{ z } \right)

쉽다. 물리책에 다 나오는 내용이다. 움직이는 막대기의 길이는 지상에 정지해 있는 관측자가 재든, 막대기 위에 올라탄 사람이 재든 같다. 지구의 시간흐름과 우주선의 시간흐름은 동일하다. 또한 속도는 관측자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다. 류현진이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철도 안에서 진행 방향으로 시속 150km로 야구공을 던지면, 밖에서 보는 사람은 야구공이 시속 450km로 날아간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1887년 반전이 일어났다. 마이켈슨몰리의 빛의 간섭 실험은 빛의 속도가 관측자와 무관하게 늘 일정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위와 같은 시공간의 거리구조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셋째 우주

- 특수상대론, ‘시공간’이 절대적이다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데서 1905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론이 나온다. 특수상대론에서는 4차원 시공간 연속체가 뉴턴이 말한 것처럼 절대적인 공간과 절대적인 시간으로 나눠지지 않는다. 대신 시간과 공간을 합친 시공간의 거리 ‘(Δs)2’만이 관측자가 바뀌더라도 동일하다.

\quad \quad \quad \quad \quad \quad \combi ^{ 2 }{ \left( \triangle s \right)  }=-\combi ^{ 2 }{ \left( c\triangle t \right)  }+\combi ^{ 2 }{ \left( \triangle x \right)  }+\combi ^{ 2 }{ \left( \triangle y \right)  }+\combi ^{ 2 }{ \left( \triangle z \right)  }

여기서 c 는 빛의 속도다. 이 같은 구조의 시공간을 ‘편평한 시공간’ 혹은 ‘민코프스키 시공간’이라 부른다. 아인슈타인은 ‘빛 속도 불변’이라는 가정과 ‘물리법칙은 모든 관성계에서 동일한 형태를 갖는다’는 상대성 원리로부터 위와 같은 결론을 얻어냈다. 그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는 대신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현상, 즉 영화 ‘인터스텔라’에도 나온 시간지연 효과다.

넷째 우주

- 시간과 공간 각각은 상대적이다

주인공 쿠퍼가 탄 우주선이 딸 머피에게서 일정한 속도 v로 멀어지고 있다. 간단한 수학계산을 해보자.

우주선 바닥을 출발한 빛이 천장에 달린 거울에 반사돼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는 동안 걸린 시간(즉, 바닥 출발 사건 p와 바닥 도착 사건 q 사이의 시간 간격)을 생각해보자.

쿠퍼가 측정한 소요시간 Δt′ = 2 L/c이다(시간=거리/속력, L은 바닥과 거울 사이의 거리). 그런데 머피가 관측한 빛의 움직임은 다르다. 우주선이 움직이고 있으니까!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하면 빨간색으로 표시한 빛의 총 이동거리는 아래 그림에서 2\sqrt { \combi ^{ 2 }{ \left( v\triangle t/2 \right)  }+\combi ^{ 2 }{ L } } 이다. 빛의 이동거리는 쿠퍼가 봤을 때(2L)보다 머피가 봤을 때 더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므로, 결국 동일한 사건에 대해 두 사람이 잰 시간 간격이 아래 식과 같이 다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quad \quad \quad \quad \quad \quad \triangle t=\frac { 2\sqrt { \combi ^{ 2 }{ \left( v\triangle t/2 \right)  }+\combi ^{ 2 }{ L } } }{ c }\ \quad \quad \quad \quad \quad \quad \triangle t에\quad 대해\quad 전개\downarrow \ \quad \quad \quad \quad \quad \quad \triangle t=\frac { 2L/c }{ \sqrt { 1-\combi ^{ 2 }{ v }/\combi ^{ 2 }{ c } } }=\frac { \triangle t' }{ \sqrt { 1-\combi ^{ 2 }{ v }/\combi ^{ 2 }{ c } } }

Δt(머피의 시간) > Δt′(쿠퍼의 시간)이므로 머피가 볼 때 쿠퍼의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이것이 그 유명한 특수상대론의 시간지연 효과다. 시간지연은 쿠퍼가 빠르게 움직일수록 심해진다. 우리가 사는 시공간에서 이런 것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너무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였다면 시간지연 현상은 매우 익숙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을 합친 시공간의 거리는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다. (Δs)² = (Δs′)².

시간과 공간 각각은 상대적이다.

p 와 q 두 사건의 시공간 거리를 살펴보자.
쿠퍼의 경우 Δx′ = Δy′ = Δz′ = 0 이므로 (Δs′)² = -(c Δt′)² 이 된다. 한편 머피의 경우 Δx = vΔt, Δy = Δz = 0 이므로 (Δs)² = - (cΔt)² +(Δx)² = -(c² - v²) (Δt)² = -c² (Δt′)²이 되어 서로 다른 관측자가 측정하더라도 위에서 정의한 시공간의 ‘사차원 거리’는 불변임을 알 수 있다.

다섯째 우주

- 시공간도 변한다

방금 여러분은 특수상대론을 이해했다. 이제 일반상대론까지 한걸음만 남았다. 사실 특수상대론은 두 관측자의 상대속도가 일정한, 즉 가속도가 0인 경우에 해당하는 상대론이라서 ‘특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다른 사람이 등속운동을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좀 전에 봤듯이 속도에 따라 시간지연 효과가 나타난다. 일반상대론은 가속도가 0이 아닌 경우까지 확장시킨 보다 일반적인 이론이다. 이때는 시공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대의 운동은 어떻게 보일까. 이것에 대한 답이 일반상대론에서 나온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선 아인슈타인이 ‘일생에 가장 행복했었던 생각’이라고 불렀던 등가원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1907년 중력 질량(mG)과 관성질량(mI)이 같다는 등가원리의 심오한 의미를 깨닫는다. 쉽게 말하면 중력의 효과와 가속도의 효과가 같다는 이야기다. 아래 그림을 눈여겨 보자. 지구 표면에 정지해 있는 우주선 안쪽에서 볼 때 A가 놓아버린 사과는 가속도 g로 B에게 떨어진다. 중력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렇게 중력에 의해 움직이는 물체는 사과든 깃털이든 아니면 쇠구슬이든 그 질량과 무관하게 모두 동일한 가속도 g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찍이 갈릴레오가 피사의 사탑에서 한 실험을 기억하자(갈릴레오가 그 실험을 진짜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 사실은 전기력이나 핵력에 의한 운동에서는 볼 수 없는 중력만의 특징이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서 사고실험에 뛰어든다.

중력 효과 = 가속도 효과

자, 이제 A와 B를 태운 우주선은 그대로 놔두고 지구를 없애버리자. 대신 그림처럼 우주공간(관성계)에서 일정한 가속도 g로 유유히 날아간다고 하자. 이때 A가 사과, 깃털, 쇠구슬을 놓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것들은 우주공간에서 그 순간부터 그냥 등속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A와 B가 보기에 그것들은 B로 떨어진다. 정확히 가속도 g로. 따라서 우주선에 창문이 없다면, A와 B는 물체가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지 아니면 우주선의 등가속 운동에 의해 떨어지는 것인지 구분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속운동의 경우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탐구하던 아인슈타인은 이처럼 가속운동이 중력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뉴턴은 시공간이 물체의 존재에 의해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위와 같은 사고실험을 통해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림처럼 편평한 시공간에서 직선 경로의 빛은 등가속 운동을 하는 우주선 안의 관측자에게는 휘어진 곡선운동으로 보인다. 등가원리를 통해 이는 맨 오른쪽 아래 그림처럼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또한 지구와 같은 질량을 가진 물체에 의해 시공간이 휘어진다는 아주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특수상대론에서 뉴턴의 절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은 수정됐지만 시공간의 성질 자체가 물체의 존재에 의해 휘거나 변형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고실험을 통해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론이 사실은 중력에 관한 이론이며, 휘어진 시공간 기하학으로 중력을 기술해야 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일반상대성이론 이미지 1

블랙홀, 그리고 새로운 우주

- 인터스텔라의 시간

우주의 끝에 도착했다. 이제 여러분은 일반상대론까지 이해했다. 핵심적인 개념은 거의 모두 언급됐다. 여기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도 좋다. 아니, 돌아가기를 권장한다. 여기서부터는 여러분을 ‘멘붕’에 빠뜨릴 수학의 블랙홀이 펼쳐진다. 고통을 감수하고 새로운 우주를 구경하고 싶은 독자만 나를 따라 블랙홀로 뛰어들기 바란다.

일반상대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수많은 글이 있다. 하지만 일반상대론의 진짜 모습은 아인슈타인이 다음 장에 제시한 중력방정식이다.

바로 이것이 올해 100년을 맞은 일반상대성이론의 진짜 얼굴이다.

\quad \quad \quad \quad \quad \quad \combi _{ \mu v }{ R }-\frac { 1 }{ 2 }\combi _{ \mu v }{ Rg }=\frac { 8\pi G }{ \combi ^{ 4 }{ c } }\combi _{ \mu v }{ T }
여기서 gμν는 ‘메트릭 텐서’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시공간의 위치에 따라 변하는 함수다. 중력방정식은 바로 이 gμν를 결정하는 방정식이다. Rμν와 R은 각각 리치 텐서, 리치 스칼라라는 기하학적 양인데, 메트릭 텐서의 1차, 2차 미분과 메트릭 텐서로 구성되어 있다. 오른쪽 Tμν는 스트레스-에너지-운동량 텐서라고 부르는 양인데 공간에 분포된 물질을 기술하는 물리량이다. G는 뉴턴의 중력상수다.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은가? 이 방정식을 말로 표현하면 ‘시공간의 곡률 관련양 = 물질의 분포 관련 양’이다. 물질의 분포를 알면 시공간이 휘는 정도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아름다울 정도로 단순해 보이는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은, 생각보다 풀기가 어렵다. 극도로 비선형인 2차 편미분방정식이어서 물질의 분포가 대칭성을 많이 갖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풀기가 매우 어렵다. 단, 구대칭을 갖는 점질량의 경우 비교적 쉽게 해를 구할 수 있는데, 일명 칼 슈바르츠실트의 해다.

\quad \quad \quad \quad \quad \quad \combi ^{ 2 }{ ds }=-\left( 1-\frac { 2GM/\combi ^{ 2 }{ c } }{ r } \right) \combi ^{ 2 }{ c }\combi ^{ 2 }{ dt }+\frac { 1 }{ 1-2GM/\combi ^{ 2 }{ c }r }\combi ^{ 2 }{ dr }+\combi ^{ 2 }{ r }\left( \combi ^{ 2 }{ d\theta  }+sin^{ 2 }\combi { \theta  }\combi ^{ 2 }{ d\varphi  } \right)

이것이 중력방정식을 풀어서 얻은 첫 번째 해다. 이 식으로 기술되는 시공간을 슈바르츠실트블랙홀이라고 부르는데, 빛조차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구면(반지름 r = 2GM/c²)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M은 블랙홀의 질량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식에서 반경 r에 정지해 있는 관측자의 경우 dr = dϴ = dϕ = 0 이 되어, 관측자의 고유시간 Δτ는

\quad \quad \quad \quad \quad \quad \combi ^{ 2 }{ \left( c\triangle \tau  \right)  }=-\combi ^{ 2 }{ \left( \triangle s \right)  }=\left( 1-2GM/\combi ^{ 2 }{ c }r \right) \combi ^{ 2 }{ c }-\combi ^{ 2 }{ \left( \triangle t \right)  }

가 된다. 별에 가까울수록(r 이 작을수록) 고유시간이 짧아지는데, 중력이 강한 영역에 있는 관측자의 경우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생각해 보자. 블랙홀 근처 행성에서의 수시간이 지구에서의 수십 년에 해당한다. 그 장면의 근거가 바로 이 식이다. 위의 식을 사용하면 고층아파트 10층에 사는 사람은 1층에 사는 사람보다 100년에 수 마이크로 초 정도 더 빨리 늙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전망에 대한 아주 작은 대가이지 않겠는가.

중력방정식을 푸는 과정에서 위의 블랙홀 해 외에도 1915년 이후로 회전하는 블랙홀, 별의 붕괴, 팽창하는 우주론적 시공간, 시공간 곡률의 파동인 중력파 등 많은 흥미로운 해가 발견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두 블랙홀이 충돌하는 아주 복잡한 경우에도 수치적으로 중력 방정식을 풀어내고 있다. 한편, 양자역학을 통해 우리는 물질이 양자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반상대론의 가장 큰 숙제는 이러한 양자적 성질을 포함하도록 수정하는 것이다. 중력의 양자화 문제라고 하는데 1960년대부터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여전히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얘기는 다음기회로 미루고, 일반상대론으로의 짧은 여행이 즐거웠기를 바란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