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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의 문화산책] 초전도 석학이 정리한 초전도의 역사

100년째 혁명 진행 중인 초전도 기술

 

 

 

 

‘1, 30, 150 ’.

 

하나(1)의 연구 주제를 30년 동안 연구하면서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에 150편의 논문을 게재한 사람.

 

바로 김찬중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야기다. 초전도 연구에 평생을 바쳐 매년 평균 5편씩의 논문을 해외 유수 학술지에 게재한 한국 초전도 연구의 석학 김 연구원이 초전도 연구의 역사를 총정리한 대중 과학교양서를 출간했다.

 

KAIST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입사한 저자의 연구 주제는 원래 초전도가 아니었다. 박사학위 과정에서 반도체 소재인 탄화규소를 연구하던 중 ‘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 돌덩이에서 초전도 현상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아 1년간 진행하던 연구를 포기하고 초전도의 세계에 발을 내딛으면서 초전도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초전도 현상이란 특정한 온도 아래에서 물체의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면 물체가 자석 위에 둥둥 떠오르는 등 신기한 현상이 나타난다.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카멜링 오네스가 발견한 이 현상은 지금까지 총 8명의 과학자에게 5번에 걸쳐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를 안겼다.

 

저자는 책에서 초전도 세계의 지평을 연 학자들이 어떻게 이 ‘꿈의 물질’에 담긴 비밀을 밝혀내 왔는지 그들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과학자들 사이에 오갔던 경쟁과 갈등, 협력의 역사를 마치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젊은 과학도 시절 저자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당시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상온 초전도(높은 온도에서 일어나는 초전도 현상)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이야기도 그 시절 일기장을 들춰낸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한다.

 

결코 어렵지 않게, 흥미진진하게 초전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사진이다. 금속 구가 공중부양하고 있는 표지사진을 비롯해 책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사진을 저자가 직접 찍었다. 마치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처럼 정교한 사진들은 저자가 자신의 30년 연구 역사를 정리하듯 이 책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들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1911년 오네스에 의해 시작된 초전도 혁명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초전도 자기부상열차, 송전케이블, 자기공명영상(MRI) 등 개발 중인 기술도 있지만 앞으로 개발될 기술이 더 많을 것이다.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지속 중인 혁명이 또 있을까.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과 젊은 과학도들에게 1독을 권한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