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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풍 대책과 이용 빌딩이 만든 강한 바람을 이용하자

 

영국 런던의 스트라타 SE1(Strata SE1) 빌딩. 148미터 빌딩 꼭대기에 3개의 구멍을 만들었다. 빌딩풍도 줄이고 풍력 발전도 하는 일거 양득을 노린 구조다. <출처: (cc) Cmglee at Wikimedia.org>

외국에서는 빌딩풍으로 자동차가 전복되고 노인이 사망하는 등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영국,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피해자가 건물주를 상대로 법정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빌딩이 많은 선진국에서는 빌딩풍 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빌딩풍을 이용하자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초대형빌딩에 풍력터빈을 설치하면 되지 않느냐는 거다. 빌딩풍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자는 거다. 빌딩풍 대책과 이용에 대해서 알아보자.

빌딩풍을 약화시키는 대책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은 수십 년 전부터 엄격한 빌딩풍 환경영향 평가를 한다. 빌딩풍 피해가 예상되면 건물 높이를 제한한다. 일본의 경우 건물 높이 100m 이상이면 빌딩풍의 영향이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100m 이상의 빌딩은 모두 의무적으로 빌딩바람 평가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빌딩풍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빌딩풍은 빌딩의 모양을 바꾸거나, 바람을 완화시키는 구조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빌딩 중간에 풍혈(,wind avenue) 을 두는 방법이 있다. 빌딩풍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세워진 대표적인 풍혈빌딩이 일본의 NEC 슈퍼타워빌딩이다. 이 빌딩은 건물 중간에 3층 높이의 전 층을 풍혈로 두었다. 하강하는 강한 빌딩풍을 이 풍혈로 유도한다. 지상에 도달하는 강한 하강류를 방지하는 것이다. 빌딩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어 빌딩풍을 약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직사각형 모양의 빌딩에 비해 건물 모서리가 완만하거나 둥글면 빌딩풍은 약해지기 때문이다. 빌딩풍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도심의 건물 배치를 바꾼다. 혹은 빌딩의 높낮이를 조정하여 빌딩 주변에 발생하는 강풍을 크게 줄이는 것이다. 풍향에 대한 표면적이 작을수록 강풍발생이 적다. 그렇기에 탁월 풍향을 고려한 건축계획 및 단면형상에 대한 설계를 한다. 수목의 식재, 방풍 펜스, 방풍 네트와 같은 차폐물을 빌딩 주변에 만들어 빌딩풍을 약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NEC 수퍼타워빌딩. 가운데 풍혈(바람구멍)이 뻥 뚫려있다. 풍혈 뿐 아니라 건물의 생김새 자체도 빌딩풍을 줄여준다. <출처: NEC>

신지웅 등이 2005년에 발표한 [보행자 영역의 빌딩풍해 저감 방안에 관한 연구]를 보자. 연구 대상은 보행자 영역에서 빌딩풍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안이었다. 대안으로 방풍펜스와 방풍캐노피의 설치를 제안하였다. 방풍펜스는 지상에서 3m 상부에 3m 높이 및 5m 길이로 설치했다. 결과는 방풍펜스 인접 공간의 풍속보다 30~50% 이상 약해졌다. 저층빌딩과 고층빌딩 사이 공간에 방풍펜스를 설치해봤다. 35% 정도 풍속이 약해졌다. 이 정도면 대단한 풍속 감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 연구는 방풍캐노피다. 하강기류 및 박리풍의 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설치했다. 건물의 1~2층 높이에서 돌출시킨 차양형 방풍캐노피가 하나다. 건물 2개동을 연결하는 공간에 아치형으로 구성한 방풍캐노피가 두 번째이다. 돌출형 캐노피는 6m규모로 돌출하여 만들었더니 방풍성능이 20~25% 향상되었다. 아치형 캐노피는 최대 76% 정도 강풍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방풍펜스나 방풍캐노피로도 빌딩풍의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는 높이 163m 이상 초고층 빌딩이 전국적으로 30여개에 이르고 있다. 400m 이상 초고층 빌딩도 2016년까지 8곳이 들어설 예정이다. 빌딩이 높아지면 빌딩풍은 그만큼 강력해진다. 예측 못할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은 분명 커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빌딩풍과 관련한 별다른 규정이 없다.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빌딩풍, 대책을 넘어 이용으로

바레인 세계무역센터 빌딩. 쌍둥이 빌딩 사이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풍력을 이용한 친환경에너지 사업에서 빌딩풍을 이용하는 방법이 떠오르고 있다. 대형 빌딩 사이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빌딩 사이에서 부는 강한 바람으로 발전을 하는 것이다. 발전을 통해 바람의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빌딩풍이 약화되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빌딩에서 풍력발전을 하는 이론은 무엇일까? 이탈리아 물리학자 벤츄리의 이름에서 유래한 벤츄리 효과 때문이다. 좁은 협곡과 같은 곳으로 바람이 불 때 나타나는 지형 효과다. 국지적으로 기압이 내려가고 강풍이 부는 현상이다. 도심에서 빌딩이 중첩돼 있을 때 빌딩 사이로 강풍이 부는 것은 이 효과 때문이다. 벤추리 효과를 이용한 풍력발전 빌딩이 바레인에 있다. 바레인 세계무역센터 빌딩이다. 날카로운 뿔 모양의 두 빌딩 사이에 3개의 풍력터빈을 설치했다. 240m 높이 빌딩 사이로 부는 강한 바람을 이용해 발전을 한다. 이 빌딩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15%를 생산한다니 얼마나 놀라운가?

세계 곳곳에 다른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스트라타 SE1(Strata SE1) 빌딩은 148미터 높이의 43층 빌딩이다. 이 빌딩 꼭대기에 3개의 구멍을 만들어 이곳에 대형터빈을 설치해 발전을 한다. 이 건물 전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8%가량을 충당한다. 중국 광저우의 펄 리버 타워(PEARL RIVER TOWER)도 풍력발전을 한다. 2012년에 만들어졌고 71층 빌딩이다. 빌딩 1/3지점과 2/3 지점에 풍혈(바람 구멍)을 만들어 발전도 하면서 빌딩풍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카운슬 하우스 2(COUNCIL HOUSE 2)도 있다. 10층 높이의 빌딩이지만 빌딩풍을 이용한 발전을 한다. 미국 오클라호마의 오클라호마 메디컬 리서치 재단(OKLAHOMA MEDICAL RESEARCH FOUNDATION)건물도 풍력발전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 외 캐나다, 독일 등 세계적으로 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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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 있는 스트라타 SE1(Strata SE1) 빌딩 <출처: (cc) Skyscrapercity User: SE9>

호주 멜버른에 있는 카운슬 하우스 2(COUNCIL HOUSE 2) <출처: (cc) roryrory at Flickr.com>

중국 광저우의 펄 리버 타워(PEARL RIVER TOWER) <출처: (cc) Bradwilkins at wikimedia.org>

빌딩풍을 이용한 풍력 발전에도 문제는 있다. 풍력발전 하기에 가장 좋은 바람은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강하게 흐르는 바람이다. 보통 산이나 바다에 세워진 풍력발전기가 이용하는 바람이다. 이 바람을 층류(laminar flow)라고 한다. 그런데 빌딩풍은 난류(turbulent flow)가 많이 분다. 따라서 산이나 바다에 세워지는 풍력발전기를 그냥 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도시나 건물에 설치되는 풍력 발전기도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산지 등에 세워지는 풍력 발전기는 수평축 풍차인데, 수평축 풍차는 바람 방향이 일정하지 않으면 효율이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려면, 바람 방향에 따라 풍차 방향을 바꾸는 요우 시스템(Yaw system)을 적용해야 하는데, 도시나 건물에 설치되는 작은 규모의 풍차에는 적용하기 부담스럽다. 이에 따라 도시나 중소형 건물용으로는 수직축 풍차가 많이 적용되는 추세다. 수직축 풍차는 형태가 아름다운 것이 많아 미관에도 도움이 된다.

다양한 수직축 풍차의 사례 <출처: precisionpowerandair.com, omrf.org, (cc) Nick carson>

앞으로 발전의 여지가 많은 분야

빌딩풍을 이용한 풍력 발전에는 효율 외에도 여러 문제가 있다. 건물에 주는 소음과 진동, 강한 난류로 인해 터빈이 떨어질 가능성 등이 많이 지적된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문제가 없는 것은 없다. “소음과 진동을 줄인다.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더 안정하게 만든다”. 이런 노력이 계속 뒤따른다면 빌딩풍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훌륭한 자원이 아닐까 한다. 빌딩풍의 이용은 앞으로 발전의 여지가 많다. 문제가 있는 것에 기회도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보다는 늦었지만 국내 회사들도 빌딩풍을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뛰어난 장치 기술과 IT능력이 결합된다면 도시형 풍력 발전 분야에서도 우리가 세계적인 강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