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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입학사정관 전형의 허와 실을 밝힌다. (제3회)

  ‘입학사정관제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는가 ’

 현재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되면서 예전보다 입시준비가 복잡해진 가운데 많은 수의 고교가 교육과정과 입시준비에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는 모순적인 이중구조 속에서 입시의 갈피를 잡기가 종전보다 어려워지고 교사들의 업무는 과부화가 되고 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 속에서의 문제점

  현재 고교 교육제도의 핵심은 수능을 중심으로 한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각 고교간의 경쟁과 학교장의 재량권 확대가 커지면서, 방과 후 교과 위주의 수업 확대와 야간자율학습 강화가 대부분의 사립고등학교에서 공통적으로 실시되고 있고, 다수의 공립고도 동참하고 있다.
  특히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특목고나 자율고, 지방의 비평준고, 고교 선택제로 인해 학교 실적이 학생들의 선호고교와 비선호고교로 연결되는 강북의 다수 고교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인 성격이 강한 정규수업 외의 별도 수업과 적게는 주3일에서 6일을 학교에서 심야수업 제한인 오후 10시 까지(일부 고교는 오후 11시) 학교에서 교과 위주의 학습을 해야한다.

 - 고교간의 경쟁구도로 인한 야간자율학습 강화
 - 대학의 수능 중심 선발에 따른 고교의 실적위주 학습프로그램 확대
 - 고교간의 입학사정관 전형 이해와 정보의 차이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 속 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이 과연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일 수 있을까. 그리고 학교와 교사는 어려움 없이 운영할 수 있을까

  학생입장:

 정부의 사교육억제 정책과 공교육 강화 취지 맞추어 학교는 0교시수업, 방과 후 학습, 야간 자율학습으로 일부 고교를 제외하고 오전 7시 30분부터 주3회에서 6회 정도를 밤 10까지 학교에서 전국의 학생들이 비슷한 교육과정을 하고 있다.
(물론 강남의 다수 고교와 공립 고교들은 야간 자율학습을 선택으로 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내외 수상실적과 어학인증, 자치활동, 교외체험활동, 봉사활동, 독서활동을 활발하게 하여 잠재력과 창의적인 사고를 발현한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것은 본인의 실력을 차치 하더라도 시간적인 여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어학 관련 전형이나, 수학과학 관련 입학사정관 전형이 아닌 경우 상위대의 다수 입학사정관 전형에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두고 있어 수능 대비 역시 끝까지 전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학습에 대한 부담은 그대로 인 채 새로운 전형 유형이 추가 되어 오히려 고민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이라는 프로그램에 의무 가입하여 기존에 교사들이 했던 학생부의 내용 중 비교과 부분(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독서활동, 방과 후 학교 활동)등을 학생 스스로 기록해야 한다. 학생이 기록하고 교사가 최종 점검 확인하는 형태의 시스템으로 이를 대학 입학사정관제의 표준서식으로 활용하며, 자기주도적인 실천으로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성이 신장될 것이라는 것이 교과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저자는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지나친 경쟁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내신을 ‘수우미양가’로 절대평가하는 평어반영 시절에 일어났던 ‘고교별 내신 부풀리기’로 인해 변별력이 없는 내신을 불신한 대학이 오히려 수능 실질 반영을 더욱 높게 하여 내신 무용론까지 회자되었던 시절이 오버랩 된다.
 실제 의도는 입학사정관 전형의 가장 핵심 자료인 학생부를 강화하고 기타서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생부의 꼼꼼한 기록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사 개인이 자신이 맡은 학생들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기록하기 위해에는 시간적,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에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학생과 학부모 스스로 만들고 선생님이 최종 점검 확인하는 것으로 지정한 것이다.
 기록 자체에 대한 학생 부담도 크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기록한 내역에 대해서 교사가 내용상 부풀림이 있다하더라도 조정하고 과감하게 수정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교사나 학교는 학생들이 입시전형에서 불리하지 않게 하기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와 관련하여 사제간, 교사와 학부모간의 문제가 일어나길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료들을 대학에서 투명하게 신뢰하여 수용할 것인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잠재력을 발휘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적성 파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다. 그러기위해서는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대한 파악, 직업군에 대한 이해, 이와 관련한 대학 및 학과에 대한 정보가 먼저 필요한 것이다.
 학생부를 보면 학생들과 학부모의 진로 희망란이 기재되어 있다. 저자는 많은 학생들의 학생부를 검토하면서 계열별로 너무나 비슷한 직업군을 보며 씁쓸해 지곤 했다. 학생들의 성적과는 별개로 문과는 외교관, 정치가, 법조인, 방송인 이과는 의사, 공학자, 컴퓨터프로그래머 등이 대다수 이다. 이는 직업군에 대한 정보 자체도 부족하고 본인의 적성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아 많은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실제로 대학을 지원할 때에는 희망 전공보다는 자신의 합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기에 점수대에 맞는 대학과 평소 생각하지 못한 전공을 지원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자기소개서가 필요한 전형에서 지원동기를 쓸 때 막연해지고 학생부의 진로 희망란에 기록한 내용과 다른 학과를 지원해서 그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하는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입학사정관전형이 보편적인 미국의 고등학교는 전문적인 입시 및 진로 관련 카운슬러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교에서는 진학부(보통 고3을 담당하는 교사 중심)는 있으나 입학해서 처음부터 학생들의 진로를 상담해 줄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담임 교사와는 학기 초 성적 관련 상담 외에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카운슬링을 받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학생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적어도 이 전형이 기존의 특기자 전형과 다르게 학생을 평가하고 싶고 공교육을 활성화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면 고등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교과수업 외에도 창의적인 재량활동이 가능한 절대적인 시간 안배와 다양한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또한 교내 입시와 진로 관련 전문 카운슬러가 상주하여 대학과 학과에 대한

정보와 입시 전형에 대한 일상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 선발 인원만을 확대한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네가 알아서 너의 잠재력을 찾아서 기록하라.
 입학하자마자 진로를 결정해서 관련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고, 헌신적인 봉사도 해라, 교외 체험도 가능한 다양하게 하고,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
 어학을 잘하든지 수학 과학도 대회에 나가서 수상할 수 있을 정도는 해야지,
 연구 실적도 만들고, 리더십을 배양하기 위해 회장도 몇 번은 하거라.
 단, 내신과 수능은 기본이니 방과 후 수업, 야간자율학습은 필수다’

  교사입장:

 입시가 변경 될 때 마다 일선 고교 교사에게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정규수업, 방과 후 보충수업, 자율학습감독, 진학지도는 기본이고 대학에서 논술 전형이 나오면 논술대비, 면접전형이 나오면 면접대비, 최근의 대학입학전형의 다양화로 상담의 사교육비 비중이 높아지자 시도교육청에서 대입진학상담 교사단 연수를 통해 입시 상담 전문가를 양성하겠다고 각 학교 일부 교사들을 연수를 시키고 있다.
 학교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에 맞추어 동아리활동, 독서활동, 체험활동 등 창의적 재량활동을 다양하고 성의 있게 하기위해서는 개별교사가 아닌 학교 전체의 일관적인 프로그램과 평가 방식의 개발 및 학생 개인별 포트폴리오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입학사정관전형은 기본적으로 서류 중심의 전형이며 반드시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필요로 하고 있어 이를 학생의 자질에 맞추어 써야하며 학생이 대학에 제출 할 포트폴리오를 개인별로 첨삭 조언해주어야 한다.

 한 반 정원 35명,
 수시지원자 대략 20명대 중 입학사정관전형 지원자 10명 내외
 한 학생이 보통 3-5개 대학 지원

 단순 계산으로 생각을 하더라도 수시 모집 전에 교사가 써야 할 추천서와 점검해 주어야 할 자기소개서 및 개인별 포트폴리오가 100장 이상은 된다는 것이다.

 교과수업/ 대학별고사수업/ 입시상담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으로 각각의 전문가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입학사정관전형은 내용 자체가 계량화가 어렵고 모호하기 때문에 진로지도에서도 난감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입시위주의 1일 12시간 이상 학교에 매여 두어 과외활동도 수상실적도 별다를 것 없는 비슷한 학생들을 입학사정관제라는 이름으로 각 대학에서 전형하는 이 제도에서 잠재력과 창의성을 어떻게 발견하여 진솔한 추천서를 지원하는 학생마다 써 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인 경우가 많다.
 

  이러다보니 학교에서 전폭적으로 관리해 주는 일부 극상위권 학생이나, 글솜씨가 뛰어난 선생님이 아닌 경우에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대신 쓰고 교사가 확인해 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교사 입장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에서 학생들이 많이 활동을 하면 할수록 점검해야 할 내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에게 활동을 권장할 수가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다수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의 70% 이상은 입학사정관 전형과 관계없이 수능을 위주로 하며 내신과 논술이 보완적인 수시의 일반전형이나 수능이 거의 절대적인 정시이기에 비교과 영역에 대한 지나친 과열 역시 우려되는 현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교사의 바람 역시 자신이 맡은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에게 집중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잡무의 증가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어도 이 제도가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학습 부담이나 교사의 업무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확대된다면, 그 자체의 문제만으로도 스스로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제도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출처 : (주)소도커뮤니케이션즈 박정진 대표님(오르비 아이디 다산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