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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6월 모의평가 성적이 25일 발표될 예정이고, 1학기 기말고사도 7월 초면 대부분 끝난다. 2016 수시모집 요강이 확정됐고 구체적 일정도 나오고 있다. 올해 수시모집 비중은 66.7%로 수시 강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2015학년도 졸업생의 수능 응시인원이 13만3213명임을 고려한다면 재학생들은 논술·면접·적성 등 대학별 고사와 학생부중심전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재학생들은 수시모집 6장의 카드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판단의 근거는 기저율(통계를 통해 나타나는 확률)이다. 매년 발표되는 입시 결과에 반영된 기저율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올해 학생부교과전형은 그 비중이 38.4%로 대입 전형에서 그 비중이 제일 크다. 예측가능성이 큰 안정적인 전형이지만 학생들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다면 합격이 어렵다. 내신 합격선이 매우 촘촘하고 높아서다. 2015학년도 중앙대 국제물류학과의 경우 3개 영역 등급 합이 6 이내로 높은 수능 최저를 뒀지만 합격자 내신 평균은 1.09로 매우 높았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학생부교과전형은 상상 그 이상으로 합격자 내신 성적이 높다.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에게 상응하는 보상을 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전형이지만 내신 4~6등급 학생들에게는 접근이 쉽지 않다. 2014년 기준으로 전국의 고등학교 수는 2326개이고, 학생 수는 183만9372명이다. 내신 성적 좋은 학생들은 전국에 정말 많다. 내신 합격선이 촘촘하고 높은 이유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에 비해 내신 합격선이 높지는 않지만 성적이 상승하는 추세다. 동일 대학의 학생부교과전형의 합격자 내신 하위 25% 합격선과 학생부종합전형의 상위 25% 내신 합격선이 겹치는 경우가 몇 년 전부터 나오고 있다. 즉, 모집단위와 관련된 활동이 없어도 내신 성적이 우수해 합격하는 사례가 일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화학공학과에 지원한 경우, 이 학생의 수학과 과학 내신 성적이 우수하다면 전공적합성이 높다고 대학 쪽은 판단하는 것이다. 고등학교의 프로그램들이 대동소이해지는 추세여서 특별한 결과물이 학생부에 제시되지 않는다면 비교과만을 갖고 이 전형에 합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학생부종합전형은 1, 2학년 때부터 교내활동을 꾸준히 해서 전공적합성이 뛰어난 학생들이 대부분 합격하므로 고3이 되어 진로를 개척한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이 전형 또한 교내활동이 부족하고 내신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에게는 적합한 선택지가 아니다.

논술전형은 다른 전형에 비해 학생부의 영향력이 약하다. 아울러 건국대, 서울시립대 등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됐고 이화여대, 중앙대 등은 완화되어 수능의 영향력이 약화되었다. 그래서 중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해진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인문계 논술은 대학마다 유형과 채점기준이 조금씩 달라서 준비기간이 길고 자연계 논술은 수학·과학 성적과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이렇듯 수시모집의 핵심 전형들은 4~6등급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모형이 아니다. 그나마 4~6등급 학생들이 적성고사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경향이 있지만 2014학년도에 30개교에서 2016학년도에는 11개교로 대폭 줄었다. 올해도 논술·적성 등 대학별 고사는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에 따라 축소되었다. 사교육 유발효과가 있다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지난 원고에서 지적했듯 논술과 적성고사가 이제는 교과서와 교육방송 교재 등 고교 교육과정에서 쉽게 출제되기 때문에 사교육에 대한 우려가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사실 사교육비의 주범은 영어·수학이다. 2013년 기준 영어와 수학 사교육비는 12조1천억원으로 총 사교육비 규모의 65%를 차지한다.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7 : 3인 현실에서 4~6등급 학생들의 선택지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 등급대 학생들의 진학지도는 적성고사전형을 제외하고는 거의 공백 상태다.

최승후 문산고 교사, 경기도진로진학지원센터 교사지원단
최승후 문산고 교사, 경기도진로진학지원센터 교사지원단

패자(?)부활전이 주어지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다. 이 학생들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생경동음’(笙磬同音, 관악기인 생황과 타악기인 경쇠의 소리가 어울려 조화를 이룸)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재학생들 또한 기저율을 무시하고 묻지마 지원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승후 문산고 교사, 경기도진로진학지원센터 교사지원단

 

출처 : 한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