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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엘사와 안나 자매 머리색 다른 이유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 금발유전자 켜는 스위치 찾아

 

국내에서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주인공 엘사의 패션이다. 일명 ‘엘사 드레스’로 불리는 반짝이는 푸른 드레스는 최근 어린 여자아이들의 ‘워너비 아이템’이다.

 

  엘사의 트레이드마크는 또 있다. 바로 한 가닥으로 땋아 내린 긴 금발이다. 은발에 가까운 엘사의 금발은 전형적인 유럽인의 머리색과 닮았다. 반면 동생 안나는 짙은 갈색머리다. 피를 나눈 자매 지간에 머리색이 다른 이유는 뭘까.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와 안나는 자매지만 머리 색이 다르다. 언니 엘사는 금발인 반면 동생 안나는 갈색머리다.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제공

 

 

●‘금발 유전자’ 있으면 100% 금발

 

  데이비드 킹슬리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팀은 ‘KITLG’라는 유전자의 발현 정도가 금발과 갈색머리를 결정한다고 학술지 ‘네이처 지네틱스’ 1일자에 발표했다. 이 유전자가 20%만 발현되면 무조건 금발이 되고, 100% 발현되면 다른 머리색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금발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스위치’ 역할은 유전자 근처에 있는 염기인 것으로 조사됐다. 4종류의 염기(A, T, G, C) 가운데 구아닌(G)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아데닌(A)으로 바뀌면 금발 유전자가 작동했다. 돌연변이 염기인 아데닌이 금발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스위치 역할을 한 셈이다.

 

  연구진이 쥐에 정상 염기와 돌연변이 염기를 각각 주입해 실험한 결과 정상 염기를 가진 쥐는 원래 털색인 갈색쥐가 됐지만, 돌연변이 염기가 투입된 쥐는 털이 금색으로 변했다. ‘겨울왕국’의 언니 엘사에게는 돌연변이 염기가, 동생 안나에게는 정상 염기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킹슬리 박사는 “추가 연구를 통해 이 돌연변이는 모공에서만 금발 유전자의 발현을 바꾼다는 것을 새로 알았다”며 “이 돌연변이는 단지 머리카락 색에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멜라닌 종류에 따라 검은머리-붉은머리 나뉘어

 

  금발은 피부색과도 관련이 있다. 피부를 검게 만드는 색소인 멜라닌 색소가 많으면 머리색 역시 짙어진다. 반면 멜라닌 색소가 적으면 피부도 희고 머리색도 옅다.

 

  멜라닌은 자외선을 흡수해 자외선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는 걸 막는다. 피부가 검게 변하는 건 자외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작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 등 고위도 지역의 민족은 흰 피부에 금발로 진화해왔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적도 지역의 민족 대부분은 검은 피부에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적도 근처 솔로몬제도에서는 이 정설이 깨진다. 솔로몬제도 원주민의 5~10%는 검은 피부에 금발을 하고 있다. 신 마이레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팀은 솔로몬제도의 원주민 가운데 금발을 띤 43명과 검은머리를 한 42명의 유전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TYRP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이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 하나가 다른 염기로 바뀌면 금발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 2012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솔로몬제도가 작은 섬으로 고립된 지역이어서 우연히 생긴 돌연변이가 후대로 잘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도 검은 피부와 금발의 조합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한편 검은머리를 만드는 멜라닌 세포도 두 종류가 있다. 한국인에게는 검은색 계열인 ‘유멜라닌’이 많아 대부분 머리카락이 검지만, ‘페오멜라닌’이 있으면 붉은 끼가 도는 머리카락이 나타난다. 멜라닌의 종류 역시 MC1R이라는 유전자의 작동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MC1R에 돌연변이가 생겨 제 역할을 못 하면 페오멜라닌이 잔뜩 발현돼 ‘빨강머리 앤’처럼 붉은 머리카락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