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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이 화학

category 재미있는물리/과학산책 2013. 9. 9. 08:19

끈끈이 화학_포스트잇의 원리

좀 오래된 얘기다. 영국 한 연구소 연구원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몰렸다. 벽을 오르는 파리 한 마리에게였다. 그러더니 일부 시선이 천장에 붙어 있는 다른 파리로 향하였다. ‘저놈들이 어떻게 떨어지지 않고 벽뿐만 아니라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 걸어갈 수 있을까?’

 

 

벽을 타고 걸어 다니는 파리, 그에 대한 호기심에서 접착에 대한 연구는 시작되었다

연구할 때는 으레 미시적 수준에서 관찰을 시작한다. 이 연구자들도 파리 다리를 확대해 검토하기로 하였다. 놀랍게도 여섯 개 다리 모두가 그 끝에 끈끈이주걱 같은 집게발을 두 개씩 지니고 있음을 발견했다. ‘아하, 이 집게발 12개가 협력해 요철이 있는 표면을 짚고 걸을 수 있나 보다.’ 그러나 이는 전체 답이 되지는 못했다. 파리들은 매우 매끈한 금속이나 유리 표면도 쉽게 매달린 채 걸어 다니지 않는가! ‘혹시 집게발에 끈끈이 성 물질이 나오나?’ 파리가 지나간 유리판 위에 발자국이 남았을까?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물질일까? 이들은 수단 블랙B(Sudan Black B)라는 착색제를 뿌려보았다. 그러자 파리 발자국이 뚜렷이 보였다. 이는 발자국이 지방질 물질임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지방질 물질이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것일까? 그들은 유리판에서 파리를 들어 올리는데 요하는 힘과 파리 다리를 유기 용제인 헥산(Hexane)으로 닦고 나서 유리판 위로부터 들어 올리는데 드는 힘을 비교해 보았다. 후자의 경우가 전자 경우보다 10분 1밖에 힘이 들지 않았다. 왜 그럴지 우리 모두 답을 찾아보자.


파리의 발 끝부분, 전자현미경 사진

파리의 발 끝부분, 전자현미경 사진

 

 

물질 사이의 접착력을 결정하는 것은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

접착 화학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한 과학적 이해를 필요로 한다. 현미경 슬라이드에 꿀을 한 방울 떨어뜨린 후 커버 글라스로 덮으면 꽤 끈끈하게 들러붙는데 비해서, 식초로 같은 실험을 하면 두 유리판 사이가 훨씬 쉽게 떨어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화학에서 이런 차이를 소위 분자 간(間) 인력으로 설명한다.

 

꿀은 접착면과의 인력도 좋지만 꿀분자 내의 인력이 커서 강한 접착력을 보인다.

꿀은 접착면과의 인력도 좋지만 꿀분자 내의 인력이 커서 강한 접착력을 보인다.


두 접착 표면이 그 사이에 있는 접착제와 인력이 클수록 접착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첫 번째 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위에서 예로 든 꿀과 식초의 차이를 따져보면 또 다른 중요한 필요조건이 있음을 알게 된다. 접착제 분자들 사이에도 인력이 강하게 작용해야 두 유리판을 떼기가 어려워진다.

 

아세트산(식초)과 물 분자 사이의 인력은 꿀을 이루는 분자들 사이의 인력에 비해 매우 작아 앞에서 본 것과 같은 차이를 만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물은 일반적으로 좋은 접착제라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두 나무 판을 물에 적셔서 얼릴 경우, 단단하게 접착되는 것처럼, 상태에 따라 분자 사이의 인력의 변화로 접착력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사용 목적과 특성에 따라 접착제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집 내부 도배를 위해 사용해 온 밀가루 풀, 간단히 종이를 바르거나 붙이기 위해 사용해 온 밥풀은 긴 녹말분자의 접착성과 자기들 분자 간의 큰 인력을 이용한 재래식 접착제이며, 동물성 아교는 당나귀나 소가죽으로부터 얻는 단백질 접착제다. 시중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폴리비닐알콜의 투명한 수용액은 밀가루 풀의 훌륭한 대용품이다. 녹말과 폴리비닐알콜은 수소결합에 참여하는 히드록시기(-OH)를 많이 갖고 있는 고분자(분자량이 큰 화합물)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물에 안 녹는 폴리아세트산비닐은 물에 작은 입자로 떠 있게 해 놓은 뿌연 현탁액 상태로 사용하는 접착제이다. 미끈미끈한 고형 풀 형태인 폴리비닐피롤리돈이라는 고분자접착제도 시판되고 있다.

 

 

 

에폭시 접착제 화학구조식, 친수성기와 친유성기를 모두 지니고 있어 모든 표면에 고루 사용할 수 있다.

에폭시 접착제 화학구조식, 친수성기와 친유성기를 모두 지니고 있어 모든 표면에 고루 사용할 수 있다.

  

에폭시 외에도 유명한 접착제로는 ‘순간 강력 접착제’, ‘슈퍼 글루’ 등의 상품명을 달고 있는 시아노아크릴레이트(cyanoacrylate)가 있다. 이 물질은 액체이지만, 공기 특히 수분에 노출되면 빠른 중합반응(단위체가 연속적으로 결합하여 분자량이 큰 고분자를 만드는 화학반응)을 하여 단단한 접착제로 변한다.

 

 

반복적으로 붙일 수 있는 포스트잇: 비밀은 접착제를 포함한 마이크로 구

접착제에 관한 한 현대 문방구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포스트잇 (Post-It)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자국을 남기지 않고 쉽게 떼고 다시 또 붙일 수 있어 모니터나 책상 주변에 너덜너덜하게 빨강, 노랑, 파란색으로 붙여놓은 포스트잇 노트를 어느 사무실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잘 달라붙지만 또 쉽게 떼어낼 수 있고, 수없이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한 접착성능 때문에, 참으로 접착화학의 최고의 걸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제품 개발에 얽힌 얘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커서 짧게 소개토록 하겠다. 미국 3M사의 과학자 스펜서 실버 (Spencer Silver) 박사는 1968년에 우연히 접착력이 적은 접착성분을 발견하였다 (1972년 9월 12일에 공고한 미국 특허 3,691,140 를 참조할 것). 아크릴공중합체 (둘 또는 그 이상의 성분을 섞어 만든 중합체)를 미세구형으로 만들어 종이에 살포해 사용하는 발명이었다. 실버 박사는 자기 발명에 관해 사내에서 광고도 하고, 발표회도 가졌으나, 상품화에 실패하였다. 오히려 실버 박사의 세미나를 들었던 아트 프라이 (Art Fry)가 이 접착성분이 찬송가 책갈피를 표시하는 서표에 사용할 접착제로 적합함을 알았다. 붙였다 떼어도 그 자국이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좋은가! 1977년에 3M사가 이 제품을 시판하기 시작했으나 넓게 선전이 되지 않아 성공하지 못하였다. 다음 해에 무료 샘플을 한 지방도시에 뿌려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이어 1980 년경에는 미국 전역에서 팔리게 되었다. 이듬해에는 캐나다와 유럽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포스트잇 노트는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이다.

 

 

포스트잇의 활용을 생각해 낸 아트 프라이
<출처: Tinkeringbell at en.wikipedia.com>

 

포스트잇 접착제에 사용하는 마이크로 구는 대표적으로 아크릴산이소옥틸(95%)과 트리메틸아민 메타크릴이미드(5%)를 유화제와 혼합해, 수용액 중에서 공중합하여 얻는다. 따라서 중합체 대부분은 소수성으로 약간의 친수성 구조를 포함한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포스트잇 노트 일부 접착제는 요소수지를 마이크로 구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가 포스트잇 노트를 사무실 문에 붙일 때, 눌려진 접착 부분에 있는 마이크로 구가 수없이 터지면서 접착제가 노출되어 붙게 된다. 더 터질 마이크로 구가 있는 한 이 포스트잇은 접착성을 유지해 재사용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물에 젖지 않는 실리콘 접착제가 유명하다.  병원 입구에 있는 고무매트에는 흔히 신발이나 구두 바닥에 있는 먼지를 잡아주는 접착제가 코팅되어 있으나 접착성이 강하지 않아 우리 신발이 벗겨지지는 않는다. 접착성이란 용도에 따라 요구 정도가 차이가 나므로 시중에 수많은 접착제가 판매되고 있다. 접착제로 만든 옷과 구두, 가구 등을 지나 앞으로 건축물을 접착제로 짓는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어렸을 때 생고무를 유기용제에 녹여 고무풀을 만들어 구멍 난 고무공을 때우던 기억이 아련하기만 하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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