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자연계열 구술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무엇보다 교과서의 개념에 충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가 공개한 2014학년 자연계열 구술고사 문제를 풀어낸 교사들에 따르면, 서울대는 재작년부터 고교 교육과정 내 출제원칙을 지키고 있다. 특히 작년 2014학년의 경우 철저하게 고교 교육과정 내 출제였다. 관건은 답을 맞추는 게 중요한 수능과 달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평가하는 구술면접에서, 수학과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각 개념을 얼마나 잘 연결해내는가 하는 지점이었다. 개념중심의 학습은 현실적으로 구술준비만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능과 함께 논술과 구술을 한꺼번에 공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고교 교육과정을 이용해 서울대 구술을 풀어낼 수 있는지, 거꾸로 풀어내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일선 고교교사들의 도움으로 길을 찾아본다. 2014학년 서울대 자연계열 구술문제 풀이에는 우창영 휘문고 교사(수학), 한형화 휘문고 교사(물리), 손은정 휘문고 교사(화학), 최승규 세종과고 교사(생명과학), 이용준 용산고 교사(지구과학), 송치성 인천하늘고 교사(지구과학) 외에 3명의 교사가 도움을 주었다. 사교육 없이 고교현장에서도 얼마든지 준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진정한 공교육 고수들이라 하겠다. 지면관계상 <수학> <물리> <화학> <전공적성-Ⅱ(화학+생명과학)> <전공적성-Ⅲ(물리+생명과학)>만을 싣는다. 베리타스알파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생명과학> <지구과학> <전공적성Ⅰ-(물리)>의 문제풀이도 참고할 수 있다. 교사들이 공개한 문제풀이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 것이므로, 얼마든지 다른 방법의 풀이가 가능함을 밝힌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개념 연결로 해결>
교사들에 의하면 2014 서울대 자연계열 구술문항은 철저히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됐다. 우 교사는 “고교 교육과정 범위 내 출제를 준수한 특징”이라며 “출제에 사용된 수학적 개념이 너무 기본적인 것이어서 일반학생들도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고, 문제도 서울대에 지원해 1단계 서류전형에 통과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정도로 특별히 선행학습을 해야 하거나 선행학습을 한 학생이 유리한 문제라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손 교사 역시 “문제에 사용된 개념은 화학Ⅰ, Ⅱ 수준”이라고, 한 교사 역시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했고 물리 교과서의 출판사와 페이지까지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고교 수준에서 생명과학Ⅱ까지 공부했다면 약간 심화된 정도에서 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송 교사도 “지구과학Ⅰ과 Ⅱ에서 출제됐고 한 페이지에 걸려 개념을 설명해놓는 등 자료를 충분히 제시해뒀다”고 말했다. 이 교사 역시 “오전 오후 모두 지구과학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들을 주제로 한 것으로,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출제됐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변별력은 개념과 개념을 얼마나 잘 연결해 풀어내는지 여부에서 난 것으로 보인다. 우 교사는 “2개 이상의 단원이 통합된 문제”라며 “하나의 단원에서 시작한 문제가 점진적으로 다른 단원으로 계속 파생되고 연결되는 형태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1번은 이차함수에서 접선의 성질과 다항함수의 미분과 적분에서, 2번은 행렬의 거듭제곱과 등비수열의 합, 수열의 극한에서, 3번은 독립시행의 확률에서, 4번은 매개변수로 표현된 함수의 그래프와 미분을 이용한 그래프 해석이었다.”
과학의 경우엔 물화생지가 통합되는 형태를 띠었다. 최 교사는 “대학과정을 안다고 해서 쉽게 얘기하긴 어려울 것 같고, 단순히 선행을 해서 많이 안다는 것보다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통합문제의 특징에 대해 “생물에서 현상을 주고, 물리나 화학에서 원리를 물어보는 스타일”을 예로 들었다. 송 교사 역시 “응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2014학년의 경우 지구과학에서만 출제됐지만 2015학년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지구과학 내용만 갖고 푼다 하더라도 수학적인 능력이 있으면 해를 구하는 데 용이하며, 생명과학과 화학에서 배웠던 내용들도 지구과학과 연결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물리에는 지구과학이 들어가지 않지만, 지구과학에는 물리나 화학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지구과학인데도 대기 중 물 분자 증발과 같은 경우엔 화학식이 적용되고, 저기압과 고기압을 다루는 역학문제에는 물리가 당연히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점점 교과과정에 가깝게 오고 있고, 데이터 해석을 해내는, 기본적으로 교과지식을 갖고 있는, 서울대에 지원할 학생 정도면 서울대가 제시한 내용을 충분히 추론해낼 수 있는 수준”이라며 “상황에 따른 판단능력과 조건을 적용시키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풀이는 고교교육과정 내에서 진행하는 게 유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 교사는 “생명과학 문제를 고교 교육과정에서 맞춰서 풀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면 풀리고,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보고 새롭게 생각했다면 푸는 데 힘들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꼬아 내어 변별력 낸 문제들>
고교 교육과정 출제원칙을 지켰지만 낯선 유형들로 변별력을 내고 있었다. 수학의 경우 3번과 4번이 해당한다. 우 교사는 “모두 난이도는 크게 높지 않으나 최상위권을 변별할 수 있는 특징”을 언급했다. “긴장할 수밖에 없는 시험이라는 상황과 3번 독립시행에서 구슬의 개수와 점수가 결합된 복합문제, 4번 매개변수로 표현된 함수의 미분문제 등으로 풀이의 완성도나 설명의 논리성, 수학적 개념의 정확한 이해 등을 면접을 통해 충분히 변별해낼 수 있는 문제였다.”
지구과학의 경우 오전1번 문제에서 변별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 교사는 “오전1번의 경우 교육과정과 교육과정 해설서에는 힘의 평형 개념만 언급하고 있고, 학교현장에서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힘의 평형 개념만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문항 구성에서는 힘의 평형을 방정식을 이용하여 이해하도록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에 조금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며 “현행 2종의 지구과학Ⅱ 교과서 중 ‘천재교육(p.161)’에서는 이 문제를 그대로 다루고 있어 다른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과의 형평성에 차이가 있었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손 교사는 “화학의 경우 2009개정 교육과정에서 처음 도입된 엔트로피에 관한 열역학적 문제가 출제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별 다른 과목출제와 ‘면대면 힌트’에 주목>
2015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구술면접은 공통문항 출제의 특징이다. 다중미니면접을 치르는 의대 치대 수의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통문항이다. 수험생들은 자신이 지원하는 모집단위의 평가내용을 살필 필요가 있다. 우선 두 개 과목이 통합되어 출제되는 모집단위가 눈에 띈다. 소비자아동의 경우 <사회과학과 수학>, 식품영양 의류(자연) 간호(자연) 식물생산과학 살림과학 식품/동물생명과학 응용생물화학은 <화학과 생명과학>, 바이오시스템/소재는 <수학, 생명과학>으로 실시한다. 타 모집단위에서 치르는 각 과목을 그대로 갖고 오기보다는 두 과목이 통합된 형태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작년에도 일부 모집단위에서 <화학+생명과학> <물리+생명과학> 식으로 통합된 전공적성 면접을 치른 바 있다. 이외에는 조경/지역시스템 공과대학 수학교육과 수리과학 통계학부는 <수학>, 물리/천문학부 <물리>, 화학부 <화학>, 생명과학부 <생명과학>, 지구환경과학부 <지구과학>의 단일 평가내용으로 물리와 지구과학은 각 물리/천문학부와 지구환경과학부에서만 실시하는 특징이다. 답변시간도 통일된다. 의대 치대 수의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준비시간 30분에 면접시간 15분이다. 작년엔 자연과학대의 경우 준비시간을 45분 준 바 있다.
수능이나 논술과 달리 구술은 면대면 평가다. 교수들은 면접 과정에서 일종의 ‘팁’을 주기도 하는 특징이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교수는 “자연계는 기본적으로 교수들이 도와주려 한다. 도움을 달라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도와 줄 때 잘 알아들으라. 못 알아 들으면 못 알아 들었다고 이야기하라”며 “지난해 물리를 요구하는 모집단위에서 물리Ⅱ를 고교에서 이수하지 않은 학생이 구술면접을 통과해 최종합격했다. 자신이 아는 개념과 용어만 정리하고 모르는 내용을 구분한 뒤 면접에서 학생이 교수에게 질문을 했다.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교수들은 재미가 있어서 대답을 해주기 시작했는데 학생이 알아듣고 문제가 무엇을 묻는지 이해를 했다”고 말했다.
경영 경제 농경제사회 소비자아동 등에서 나올 수학관련 제시문도 힌트를 잘 파악해야 한다. 김기욱(경영, 2014 수시일반)군은 “수학문제를 풀다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빠진 것이 있지 않냐’고 가볍게 지적해 제대로 된 답을 찾도록 도와주셨다. 답은 틀려도 힌트를 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신 듯했다”고 떠올렸다.
우창영 교사도 “면접관의 의견을 반영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며 “구술문제이므로 엄밀하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관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논리적 엄밀성보다는 창의적이고 직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을 잘 설명하는 것도 구술의 테크닉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설명하면서 보완을 하면 된다. 면대면 평가이기 때문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보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개념 연결해 글로 쓰고 말로 푸는 훈련>
구술은 면대면 평가다. 학생들에 익숙한 지필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력발휘를 위한 교사들의 조언을 전한다.
우 교사는 “교과서의 수학적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 이를 확장하고, 여러 단원의 개념을 통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수능과 연계해 수학적 개념을 이해할 필요도 있다. 우 교사가 추천하는 방법은 “수능과 논술, 구술 준비를 한꺼번에” 하는 방법이다. “수능문제를 풀 때 개념을 잘 살피고 심화학습을 하면 논술과 구술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될 수 있다. 수능문제도 충분히 구술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수능완성 수학Ⅱ 실전편 B형>의 실전모의고사 4회 29번 문제는 2014 서울대 구술 4번 그래프 해석과 유사한 수능형 문제인 식으로 기존의 수능형 문제가 서울대 구술문제로 출제된 예는 많이 있다.” 해결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연습하는 건 필수다. 우 교사는 “아는 것과 아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다른 차원일 수 있다”며 “용어의 정리나 정의 등을 말로 표현하고 설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문제를 몇 개의 단면으로 나눠보는 연습도 유용하다. 우 교사는 “2014 서울대 구술문제는 모두 교과 범위 내에서 출제됐지만 최상위권 학생을 변별해야 하기 때문에 단원간 연계된 복합적인 문제를 출제할 수밖에 없었다”며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단면으로 해체해 분석한 후 다시 결합하는 방법으로 접근해보라, 2013학년 수시 정시 구술문제도 반드시 풀어보고 풀이과정을 써보면서 출제의도가 보일 때까지 연습해보라”고 조언했다.
손 교사는 “화학은 왜 그러한지, 어떻게 적용되고 정리될 수 있을지 평소 고민해보는 것이 논리력을 키우고 해당 키워드에 대해 깊이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수능 모의 기출문제 중 난도 있는 문제를 골라 풀이에 사용하는 개념과 문제를 풀어내는 순서, 마무리까지 하나의 글로 써보는 것이 기초실력을 닦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후 구술기출문제를 풀어보자. 본인이 판단하기에 사용해야 할 개념으로 풀어본 후 예시답안 출제근거와 비교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채워나가자.”
최 교사 역시 “생물의 경우 현상을 두고 ‘왜 이럴까’ 하는 의문이 필요하다”며 “물리적/화학적인 측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궁금해하라. 암기하려 하지 말고 이해하려 하면 준비가 잘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교사는 특히 “직전에는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라”고 강조했다. “요약정리된 것에는 지식만 있지만, 교과서에는 설명이 있다. 생물Ⅰ 교과서를 시간 들여 정독할 필요가 있다.” 이 교사도 “지금 상황에선 뭘 더 하는 것보다는 개념을 위주로 준비하는 게 최고”라며 “개념은 외우는 게 아니라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사는 “교과서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개념을 확실히 정리하면서 공식들을 한 번은 증명해보고 각 변수가 의미하는 바를 정성적으로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며 특히 물리Ⅰ에서는 돌림힘과 유체역학, 물리Ⅱ에서는 현대물리 부분이 새롭게 추가됐는데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논술문제로 등장하고 있으니 정확한 개념이해와 수식을 현상에 적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능 이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수능일 11월13일 다음 날인 14일에 서울대 1단계 합격자발표가 실시된다. 구술면접고사는 일주일 후인 21일이다. 우 교사는 “여러분은 수능을 준비하면서 수학에 대한 감각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독려하며 “수능은 하나의 과정일 뿐, 수능 이후가 더 중요할 수 있으므로 적어도 11월말까지는 수능과 같은 패턴으로 공부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베리스타 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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