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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반석 달걀을 먹으려면 참고 기다려라 - 열역학


 

둘리는 달걀을 아주 좋아한다. 아주머니께서 집을 비우신 어느 날, 둘리가 달걀을 원 없이 먹어보자는 생각에 압력 밥솥을 꺼내어 달걀 10개를 채워 넣었다. 달걀을 빨리 먹겠단 일념으로 밥솥에 물을 채우는 둥 마는 둥 하며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10여 분간 끓인 후 밥솥을 열어보니 달걀들 중 절반만이 물에 잠겨있고, 나머지는 물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둘리는 어차피 물이 끓으면서 증발한 수증기들이 압력 밥솥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니까 물 밖에 드러난 달걀들도 다 익었으리라 판단하고 맨 위의 달걀을 집어 들고 머리에 탁 하고 부딪혔다. 그런데, ‘탁’이 아니라 ‘퍽’…. 웬일인지 둘리의 머리가 생 달걀로 뒤범벅이 되고 말았다. 다음 물음에 답하라.

 

1) 100℃ 수증기 100g과 0℃ 얼음 100g을 섞고 외부로부터 열을 차단시키면 몇 ℃의 물이 만들어지겠는가? 단, 물의 비열은 1cal/g℃이고, 물의 융해열은 80cal/g, 기화열은 540cal/g이다.


2) 100℃ 수증기 1L와 30℃ 물 1L를 섞고 역시 외부로부터 열을 차단시키면 몇 ℃의 물이 만들어지겠는가? 단, 100℃ 1기압에서 수증기의 밀도는 0.8g/L이다.


3) 1번과 2번의 결과를 비교하고, 달걀이 끓는 물에서 잘 익고, 100℃ 수증기에서는 잘 익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보라.(실제 압력 밥솥 내부의 수증기는 온도가 120℃, 압력이 1.5기압 가량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달걀은 역시 수증기만으론 잘 익지 않는다).

 

 

조언

 

생활 속 열역학 소재를 다룬 문제입니다. 물리학적 현상들 중에는 상식과 크게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면접문항들 중에는 그런 사례를 놓치지 않고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온도가 80℃가 넘는 증기탕에서는 사람이 견딜만한데, 40℃가 조금 넘는 고온탕에서는 견디기 힘든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기출문제도 그러한 범주에 속합니다. 매사 접하는 현상들마다 일일이 분석하기는 힘들겠으나, 석학들의 고민이 배어 있는 교양서적들을 중심으로 분석·정리해둔다면 분명한 맥을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예시답안


1) 수증기와 얼음이 만나 물이 만들어지는 반응에서는 무엇보다 물질의 상태변화가 많이 일어나므로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먼저 얼음 1백g이 융해되는데 필요한 열량은


Q(얼음 → 물) = 80cal/g × 100g = 8kcal


이고, 이 열량으로는 0℃ 물 100g이 만들어집니다. 이 물을 100℃까지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은
Q = cmt = 1cal/g℃ × 100g × 100℃ = 10kcal입니다.


즉, 0℃ 얼음이 100℃ 물이 되는데 총 18kcal가 필요합니다. 100℃ 수증기 100g이 모두 액화할 경우 내놓을 수 있는 총 열량은


Q(물 → 수증기) = 540cal/g × 100g = 54kcal


나 되므로, 18kcal를 내기 위해선 약 33.3g만 액화하고, 나머지는 수증기 상태를 유지해도 됩니다. 따라서 정답은, 0℃ 얼음과 100℃ 수증기 100g을 섞으면 100℃ 물 133.3g과 100℃ 수증기 66.7g의 혼합물이 됩니다.

 

2) 100℃ 수증기 1L의 질량은 고작 0.8g에 불과합니다. 이 수증기가 30℃ 물 1L(=1000g)와 열교환을 해서 최종적으로 T℃ 물이 된다고 했을 때, 100℃ 수증기가 내놓는 총 열량과 30℃ 물이 얻는 총 열량이 서로 같다는 관계식으로부터 T℃를 구할 수 있습니다.


540cal/g × 0.8g + 1cal/g℃ × 0.8g× (100 - T) = 1cal/g℃ × 1000g (T - 30) ➜T ≅ 30.5℃입니다.

 

3) 1) 문제에서 물의 액화열(기화열)은 너무나 크기 때문에 100g의 수증기 중 일부만 액화하여도 0℃ 얼음을 100℃ 물로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즉, 100℃ 수증기가 지닌 열량이 엄청난 값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2) 문제를 보면 같은 부피의 수증기와 물이 만났을 때 수증기가 내놓을 수 있는 열량이란 극히 미비해서 물의 온도를 겨우 0.5℃ 높여줄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핵심입니다. 달걀을 수증기로만 익히고자 할 때 달걀과 열교환을 하는 수증기의 양이 얼마나 되나 생각해봐야 합니다. 수증기가 달걀 표면에서 액화할 때 내어놓는 열에너지로 달걀이 익어간다고 했을 때, 압력 밥솥 내부의 부피는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끓는 물로부터 부족한 수증기를 계속 보충해준다고 하더라도 10여 분 간의 조리 과정에서 달걀 표면을 거쳐가는 수증기의 총질량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즉, 달걀을 익히는데 충분한 정도의 열량을 수증기로부터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액체인 물은 밀도가 높아서 달걀과 비슷한 정도의 부피면 달걀과 비슷한 질량을 가집니다. 따라서 같은 시간 동안 훨씬 많은 열에너지를 달걀에 전달해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달걀의 온도도 금세 올라가게 됩니다. 이것이 달걀을 끓는 물에서 삶는 이유입니다.

 

출처 : 과학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