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의 이중성
5차 솔베이 세계 물리학 회의 (1927. 10.24)
우리는 빛을 통해 자연을 관찰하고 정보를 얻는다. 그러므로 빛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 지금부터 빛의 성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1. 빛과 물질의 이중성 :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에 대한 논란은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이러한 빛에 대한 연구는 1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은 빛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의 흐름이라고 주장하였고, 호이겐스(Christiaan Huygens, 1629~1695)는 빛은 파동이라고 주장하고 당시 뉴턴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빛의 굴절과 회절현상을 파동의 성질을 이용하여 설명하였다. 18세기까지는 뉴턴이 지녔던 엄청난 권위와 영향력 때문에 빛의 입자설이 우세하게 되었다.
하지만 19세기에 영(Thomas Young, 1773~1829)의 이중슬릿에 의한 간섭 실험,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과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 1857~1894)가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것을 이론과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이러한 결과로 빛의 본질이 무엇이냐 하는 해묵은 논쟁은 파동설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 광전효과를 광양자설을 통해 설명하면서 다시 빛이 입자의 흐름이라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이후 학계에서는 빛이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2. 빛과 물질의 이중성 : 빛의 파동성과 입자성
빛의 파동성을 나타내는 현상에는 회절, 간섭, 편광 등이 있으며, 빛의 입자성을 나타내는 현상에는 광전효과와 콤프턴효과가 있다. 각각의 현상들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1) 빛의 파동성
가) 회절현상 : 빛이 진행 도중에 슬릿(틈)이나 장애물을 만나면 빛의 일부분이 슬릿이나 장애물 뒤에까지 돌아 들어가는 현상
|
|
|
(가) 단일슬릿 |
(나) 원형(pin hole)슬릿 |
(다) 면도날 |
나) 간섭현상 : 두 개 이상의 파동이 한 점에서 만날 때 진폭이 서로 보강되거나 상쇄되어 밝고 어두운 무늬가 반복되어 나타나는 현상
|
|
|
(가) 이중슬릿 |
(나) CD표면 |
(다) 비눗방울 |
2) 빛의 입자성
가) 광전효과 : 금속표면에 특정 진동수 이상의 빛을 비추었을 때 금속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광전효과를 ‘빛은 진동수에 비례하는 에너지를 갖는 광양자(광자)라고 하는 입자들의 흐름이다’라는 광양자설로 설명하였다. 빛이 금속표면에 있는 전자를 떼어낼 때는 광자와 전자와의 일대일 충돌에 의해 전자가 튀어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동수가 큰 광자는 전자를 떼어낼 수 있지만 진동수가 작은 광자는 아무리 많아도(빛의 세기가 세도, 또는 빛의 밝기가 밝아도) 전자를 떼어낼 수 없다. 광자의 에너지가 질적인 개념이라면 빛의 세기는 양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광량자설에 의하면 진동수가 ν인 광자 하나가 가지는 에너지 E는 다음과 같다.
여기서 h는 플랑크 상수이다.
나) 콤프턴효과 : 물질에 X선을 쪼여 주었을 때 물질 속의 전자가 튀어 나가고, 입사된 X선은 전자에 의해 산란되면서 에너지를 잃고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
파동이론에 따르면 전자기파가 표적에 부딪혀 산란되어도 파장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파동이론으로는 X선과 전자의 충돌에서 X선의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X선을 광자로 간주하면 전자와 부딪혀 산란된 X선은 전자와 충돌하기 전에 비해 에너지가 감소하므로 진동수가 작아지고 파장은 길어진다. 콤프턴(Arthur Holly Compton, 1892~1962)은 이러한 가정 하에 X선과 전자의 충돌에서 에너지 보존 법칙과 운동량 보존 법칙이 정확히 성립함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3. 빛과 물질의 이중성 : 빛의 이중성(duality)
1) 빛은 회절, 간섭 현상에서는 파동의 성질이 나타나고 광전효과, 콤프턴효과에서는 입자의 성질이 나타난다. 이와 같이 빛은 어떤 경우에는 파동성을 나타내고, 또 다른 경우에는 입자성을 나타내는데 이를 빛의 이중성이라고 한다.
2) 모든 광학적 현상은 파동이론과 빛의 광양자 이론 중 어느 하나로 설명이 가능하다.
3) 이중성이란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갖는다는 것이라기보다 파동성을 보이는 현상에서는 입자적인 성질이 나타나지 않고, 입자성을 보이는 현상에서는 파동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보통 파동적 성질이 두드러지는 경우는 광자의 수가 많고 진동수가 작을 때이고, 입자적 성질이 두드러지는 경우는 광자의 수가 적고 진동수가 클 때이다.
Plus Tip
입자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진동수라는 파동적 특성을 끌어들이는 것이 거시적 세계에 익숙한 인간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어쨌든 이것은 이론적·실험적으로 잘 확인된 현상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 |
4. 물질의 파동성
드브로이(Louis Victor de Broglie, 1892~1987)는 자연의 대칭성에 주목하여 고전적으로는 파동인 빛이 입자처럼 행동하듯이, 고전적인 입자 또한 파동처럼 행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입자는 자신의 운동량에 반비례하는 파장을 갖는 일종의 물질파이다. 드브로이의 물질파 이론에 따르면 운동량이 mv인 입자가 가지는 파장 λ는 다음과 같다.
거시적인 물체들은 운동량이 매우 커서 물질파의 파장이 너무나 짧으므로 파동으로서의 성질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미시세계에서는 물질파 파장이 중요해지는 경우가 많아 전자조차도 파동적인 성질을 보인다. 전자가 고전적인 빛처럼 간섭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실험적으로도 검증되었다.
|
|
|
(나) 전자의 회절무늬 |
5. 빛과 물질의 이중성 : 물질의 이중성
1) 파동성은 전자뿐만 아니라 원자핵의 구성입자인 양성자와 중성자 등과 같은 입자에서도 발견된다. 이와 같이 미시적인 세계에서는 빛과 마찬가지로 물질입자도 파동과 입자의 이중적인 성질을 나타내는데 이와 같은 현상을 물질의 이중성이라 한다.
2)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와 같은 크기를 갖는 입자에서도 물질파의 파장은 존재하지만 그 파장이 너무 짧아서 파동성을 관찰할 수 없다. 물질파의 파장은 플랑크 상수 가 로 아주 작기 때문에 전자와 같이 운동량이 매우 작지 않으면 검증할 수 있는 파장 값을 얻을 수 없다. 이것이 물질 입자의 파동성이 늦게 발견된 이유이다.
3) 전자의 파동성을 이용하여 전자의 속력을 조절하면 파장이 매우 짧은 물질파의 전자선을 만들 수 있고, 이를 이용해서 분해능이 우수한 현미경을 만들 수 있다. 전자의 파동성을 이용한 전자 현미경은 대략 실물 크기의 50만배 이상(광학현미경의 대략 250배)으로 물체를 확대시킬 수 있다.
5. 빛과 물질의 이중성 : 상보성의 원리(complementarity principle)
빛의 이중성과 물질의 이중성이라는 양자역학의 난해한 골칫덩어리의 한가운데에 상보성의 원리가 있다. 상보성의 원리는 보어(Niels Bohr, 1885~1962)가 주창한 것으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어떤 물리적 계의 한 측면에 대한 지식은 그 계의 다른 측면에 대한 지식을 배제한다.”
빛은 거시세계에서는 엄연히 파동으로 행동한다. 똑같은 빛이라도 하나하나의 미세한 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는 덩어리진 에너지를 가진 입자로 행동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고전적인 전자기파일 뿐이다. 입자적 성질과 파동적 성질은 서로 상보적이다. 그래서 이 둘은 서로를 배제한다. 즉, 빛이 입자처럼 행동할 때는 파동의 성질이 사라지고 파동처럼 행동할 때는 입자의 성질이 사라진다. 그러나 한 가지 실험에서 두 가지 성질이 동시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보어는 입자와 파동이라는 두 개념이 서로 상반되지만 이 둘을 다 써야만 원자세계의 이상한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입자성과 파동성은 상호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 보완적이란 것이다. 보어의 말을 빌리면 "처음 보기에 입자와 파동 현상들이 너무나 대조적으로 보일지라도, 원자세계에 관한 모든 정보를 일상적 언어로 애매모호함이 없이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둘 다를 상보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하였다.
* 예상문제
Q1) 밝은 붉은색 빛은 어두운 보라색 빛보다 전체적으로 큰 에너지를 가진다. 그런데 어두운 보라색 빛은 광전효과를 일으키는데 반해 밝은 붉은색 빛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시오.
A1) 빛은 금속표면의 전자와 상호작용을 할 때 입자성을 띄게 됩니다. 이 때 금속표면에서 전자를 떼어내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광자 1개의 에너지와 관련됩니다. 전체적인 에너지는 밝은 붉은색 빛이 크다고 하더라도 광자 1개가 갖는 에너지는 작기 때문에 붉은색 빛은 광전효과를 일으키지 못합니다.
Q1-1) 광전효과에서 튀어나오는 전자의 운동에너지와 전자의 수를 광자의 에너지와 빛의 세기를 이용하여 기술하시오.
A1-1) 광자의 에너지가 크다는 것은 광자의 진동수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빛의 세기(밝기)가 강하다(밝다)는 것은 광자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광자의 에너지가 큰 빛을 쪼여주면 튀어나오는 광전자의 운동에너지가 커지고, 진동수가 같을 경우 세기가 강한 빛을 쪼여주면 약한 빛을 쪼여주었을 때보다 튀어나오는 광전자의 수가 많아지게 됩니다.
Q1-2) 자외선에 노출될 경우(예를 들면 일광욕) 짧은 시간에도 피부 세포에 손상을 준다. 하지만 찜질방의 벽난로(적외선이 발생함) 근처에서는 몇 시간이 지나도 피부 세포의 손상이 없다. 왜 그럴까?
A1-2) 적외선 광자는 자외선 광자보다 진동수가 작아서 광자 1개의 에너지가 더 작기 때문에 찜질방에서는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보다 피부 세포의 손상이 적습니다.
Q2) 물질파에 대해서 설명해 보시오.
A2) 전자나 양성자와 같은 물질 입자가 파동성을 나타낼 때, 이 파동을 물질파라고 한다.
Q2-1) 입자의 파동성을 나타내는 물질파의 파장을 크게 하는 방법에 대해 기술하시오.
A2-1)물질파의 파장 λ은
이므로 입자의 운동량이 작아야 합니다. 즉 운동량은 mv이므로 질량을 작게 하거나 속력을 작게 하여야 합니다.
Q2-2) 입자의 파동성과 입자성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뚜렷한가의 정도는 그 입자를 포함하는 계(system)의 크기와 관련된다. 질량 0.2kg, 속력 144km/h(40m/s)인 야구공의 드브로이 파장과 질량 9.1×10-31 kg, 속력 3×108 m/s인 전자의 드브로이 파장을 각각 구하고 각 입자의 파동성과 입자성에 대해 기술하시오.(단, 고체 내부에 있는 원자들 사이의 간격과 원자의 크기는 대략 10-10 m이다.)
A2-2) 야구공의 드브로이 파장은
이고, 전자의 드브로이 파장은
입니다.
야구공의 드브로이 파장은 자신의 크기나 자신이 속해 있는 계(system)의 스케일에 비해 매우 작습니다. 따라서 입자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반면 전자의 드브로이 파장은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원자들에 의하여 산란될 때 회절 무늬를 만들기에 충분하고, 크기가 5.3×10-11 m 정도가 되는 원자 내의 전자도 파동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공관(크기 수십 mm) 내를 진행하는 전자(음극선)는 입자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기출문제
1. 드보르이의 파동성을 설명하고 파동성을 갖는 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라..- 고려대
2. 빛의 파동과 입자성에 대해 설명해 보라.(서강대-자연과학부)
3. 물질파에 대해서 설명해 보라(빛의 입자성과 파동성이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설명해 보라)
'대입자료실 > 심층&구술면접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이기구속의 물리 (13) | 2017.02.23 |
---|---|
관성력이란? (3) | 2015.11.09 |
수소 스펙트럼-면접자료 (0) | 2015.11.02 |
롤러코스트-면접자료 (0) | 2015.11.02 |
엔트로피-면접자료 (0) | 2015.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