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내일>은 ‘입학사정관제 논란’을 다룬 지난 기획 기사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흐름은 불가피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최근 입학사정관 전형을 학생부 중심으로 운영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정부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이나 ‘2013 학생부 기재 요령 개정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교육 요소를 배제한 교내 활동 중심의 학생부로 대입 수시의 무게중심이 급속히 옮겨가는 모양새니까요. 대학 입학사정관은 실제 학생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합격생의 학생부에 교내 활동은 어떻게 기록됐는지, 면접 과정에선 무엇을 검증하는지 들여다보니 우리는 그간 참으로 견고한 ‘선입견’의 벽 안에 갇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평가돼온 ‘기록 창고’, 학생부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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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을 통한 내 아이의 성장 자료라 불리는 학생부.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서류로 활용되면서 그간 학생부를 둘러싼 오해와 잡음이 끊임없이 재생산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을 거듭한 결과 학생부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제’되고 있다. 교외 활동에서 교내 활동 중심으로 시선이 모아지고, 스펙의 양보다 학생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 하나가 의미 있게 평가되는 시점. 경희대?한양대?건국대 입학사정관들이 말하는 학생부 평가 기준을 참고하자. 실제 학생부 기록에 도움이 될 만한 Best&Worst 사례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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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정리 정주연 리포터 missingu93@naver.com 사진 이의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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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임진택 책임입학사정관은 “잘 쓰인 학생부는 누가 보더라도 내가 아는 학생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학생부”라고 단언했다. 학부모에게 학생부 서른 장을 나열해놓고 자녀의 학생부를 찾으라고 해도 금방 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사실에 대한 기술을 바탕으로 할 때 진정성 있는 학생부가 만들어진다는 조언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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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하원칙+주관적 평가, 묘사하지 말고 기술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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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월 ○일 어떤 특강을 들었다면 육하원칙에 따라 그 사실을 기술하고, 그다음에 교사의 주관적 평가를 한두 마디 쓰는 걸로 충분해요. 이걸 장황하게 풀어쓰면 요점이 제대로 안 잡히는 학생부가 됩니다.” 임진택 책임입학사정관은 교사가 상황을 묘사하려 할 때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학생의 리더십을 표현하는데 ‘체육대회를 준비하면서 급우들이 부상당할 것을 우려해 에어파스를 준비했고, 발야구를 했는데 본선에 진출은 못 했으나 반의 승리를 위해 노력했다’식의 장황한 스토리는 불필요하다는 것. “이 경우 ‘체육대회를 했는데 친구들에 대한 배려가 남들보다 따뜻했다’ 정도만 학생부에서 보여주면 돼요. 교사가 학생의 감정까지 끌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나머지 활동은 자기소개서나 에듀팟에 학생 스스로 입증하면 되고요. 과정은 면접 때 충분히 확인할 수 있거든요.” 학생의 특성과 장단점을 함께 쓰는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란에 다른 항목에 쓰인 내용을 복사해 장수만 늘리고, 정작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평가는 한 마디도 없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학생부 역시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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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활동 중심 평가, 교육과정 다양성 견인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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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교과 관련 외부 활동을 서류에 기록하지 못하게 하면서 외부 활동을 많이 한 학생들은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터. 대학 역시 교과 관련 외부 활동 중 학교가 주최하는 활동도 있어 그 범주를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다. 이에 대해 임 책임입학사정관은 “외부 활동은 이전에도 극히 제한적으로 평가됐다”며 평가의 중심은 항상 교내에 있다고 강조했다. “외부 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교내 활동도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어요. 학생 입장에선 학생회장보다 외부 연합 동아리 회장이 의미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학이 보기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학교에서 리더십을 보이는 학생은 기본적으로 교외 활동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 평가하지 않지만, 공인 어학 성적을 내더라도 학교 영어 성적이 4~5등급이면 오히려 마이너스예요. 다만 대학에서도 교내 활동 외에 다른 활동을 알 수 없으니 면접 때 ‘학생이 살면서 느낀 가장 대표적인 경험이 뭐냐’ 정도는 물을 수 있겠죠.” 외부 활동 평가 요소를 줄이고 교내 활동 중심으로 평가하는 건 당연하지만, 학교에서 이를 잘못 받아들여 자칫 창의적 체험 활동까지 불필요한 과정으로 생각할까 봐 우려된다고. 고교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학생부는 더 세밀하게 평가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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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고등학생들의 전공 적합 체험 활동의 일환으로 유행하는 R&E(Research and Education) 논문을 보는 대학의 인식도 고교 현장과 사뭇 다르다. 논문은 어느 정도 지도 받느냐에 따라 수준 차이가 나게 마련. R&E 논문이 지적 호기심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대학에서 내용적인 걸 심사하지는 않는다. 고등학생 수준의 실험 정신과 탐구 정신만 확인할 수 있으면 된다. “전공 적합성을 체험 활동으로 규정짓지는 않습니다. 계열이나 학과별로 조금 다를 수 있는데요. 예컨대 약학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은 한두 번 제약 회사에 다녀왔다는 체험보다 과학 관련 책 한권을 깊이 읽는 게 입학사정관들에게 전공 적합성을 어필하기 좋을 수 있죠. 자연 계열은 사람과 관계 맺기가 중요한 인문사회 계열과 달리 연구가 중요하므로, 폭넓은 활동보다 세밀하고 깊은 활동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자연 계열이지만 간호학과는 좀 다를 수 있어요. 간호학과의 직업 정신으로 봉사 정신이 필수잖아요. 따라서 봉사 활동을 한 번도 하지 않은 학생은 간호학과와 전공 적합성이 일치한다고 판단하긴 어렵죠.” 반면 행정학 사회학 정치외교 언론정보 경영학 등 인문사회 계열은 고등학교 단계의 전공 적합성 개념이 성립되기 어려운 분야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통상 필요한 리더십, 인성, 외국어 능력, 분석적 사고력 등과 연계된 ‘경험의 다양성’을 본다. 경험의 다양성을 여러 가지 체험이나 외부 활동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건 금물. 외국어 능력은 학교 영어 성적으로, 인성은 교내 봉사 활동 정도만 해도 인문사회 계열에서 요구하는 배경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 “대학은 강한 지적 호기심을 토대로 대학에 와서 공부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춘 학생들을 찾아요. 책 한 권을 깊게 읽고 느낀 점만 명확히 학생부에 기록해도 지원 동기가 명확히 드러날뿐더러, 여러 체험 활동을 커버하고도 남습니다. 학생부를 통해 지원자의 전공에 대한 성숙도와 몰입도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이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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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 전형의 선발 구조는 크게 교과 성적과 활동에 충실한 학생부 중심형과 전공 특기 개발 활동에 충실한 전공 적합형으로 나뉜다. 상당수 대학들이 두 가지 유형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의 분류 형태를 좁혀가는 상황. 한양대 배진희 입학사정관은 “두 전형 모두 평가의 핵심 지표는 학생부지만, 전형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에 따라 학생부를 보는 기준이 다르다”고 전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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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중심형 평가의 핵심은 학교생활 성실도예요. 학교생활 성실도는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면서 교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특히 눈여겨보는 부분은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관계 중심의 성실도입니다.” 창의적 체험 활동,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등 학생부 항목마다 드러나는 교사와 학생들의 관계를 주요하게 평가하는 이유는 공부만 잘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면 선발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 반면 전공 적합형은 전공과 연계된 진로 탐색이나 활동을 많이 한 학생을 찾으려는 게 포인트다. 통상 전공 적합형은 반드시 희망 전공과 일치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마련. 하지만 고등학생 신분으로 전공과 맞는 활동을 하는 게 어려운 만큼 인문?자연 계열에 맞는 활동을 하면 충분하다. “대학은 전공 적합성을 평가할 때 고등학생들의 사회를 이해하는 폭과 직업을 이해하는 수준을 고려해요. 전공 적합성이란 타이틀이 꼭 일정 학과에 가야 하고, 그 학과를 졸업한 뒤 진출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아도 됩니다.” 자연 계열은 수학과 과학이라는 넓은 분포에서 하는 활동은 다 인정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게 배 입학사정관의 설명. 그중 전공과 관련해 두드러진 활동이 있다면 전공에 대한 목표 의식이 강하다고 평가된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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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들은 또 진로 발달 상황과 교과 성적 등 학생부 항목마다 전공과 관련된 활동에 반복적으로 참여하거나 성적이 오르면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수상 실적 부분도 몇 등을 했고, 상을 몇 번 받았는지 등은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이 역시 반복적으로 나타나거나 의미 있게 나타나는 부분을 주의 깊게 보기 때문이다. “수상 횟수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입학사정관들의 판단입니다. 학생부 기록이 교내 활동 중심으로 강화되면서 의미 없는 경시대회와 교내 대회도 많아졌기 때문이죠. 수상과 관련된 내용이 학생부의 다른 항목에서 드러나거나 관련된 활동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간혹 교외 수상 실적이 평가에서 배제되는데도 활동 증빙 서류에 첨부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학생은 그 실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겠지만, 정작 실제 평가 항목에서는 철저히 배제된다는 것도 유념하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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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 김경숙 입학 전형 전문 교수는 “학교의 인프라를 잘 활용해 학생의 관심 영역이 어떻게 발현됐는지 보여주는 게 학생부 기록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완벽하게 준비된 학생이 아닌 ‘가능성’이 있는 학생이라는 걸 설명할 수 있는 학생부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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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 활동 평가를 하지 않은 건 계속 지켜온 기본 방침이라 올해 바뀐 부분이 평가를 어렵게 하리라 예상하진 않습니다. 단 학교생활에서 학생의 관심 영역을 어떻게 가려낼까 하는 문제는 있죠. 건국대 KU 자기 추천 전형은 학생부 외에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 활동 보고서 등을 받는데 이 세 가지 서류는 학생부로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부연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기소개서와 활동 보고서는 학생의 색깔로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자료. 학생부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학생의 모습을 보기에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덧붙여 학생부는 교과와 비교과로 나뉘어 평가되지 않고 종합적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내신 성적 반영 방법은 교과별로 평균을 구해 점수를 산출하는 정량 평가가 아니에요. 학생이 이수한 과목과 학교의 표준편차, 내적 성취 향상 정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에 교과 담당 교사가 설명해놓은 학생의 수업 태도나 열정까지 고루 보죠. 거기에 교내 경시대회와 동아리 활동까지 살펴 ‘아, 이 학생이 이 영역에 굉장히 관심이 있구나’를 알아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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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학교 지원자 평가 시스템으로 형식적 학생부 필터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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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학생부가 양적 팽창 시기에서 질적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 학생부만 봐도 학생이 어떻게 학교생활을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는 것. 다만 동일 학교에서 지원한 학생들의 학생부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을 정도로 똑같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건국대에는 ‘동일 학교 지원자 평가 시스템’이 있어요. 버튼만 누르면 같은 학교 지원자들의 학생부가 뜨죠. 학생은 다른데 내용이 똑같은 학생부는 평가할 의미가 없어요. 이 같은 현상을 막으려면 학생들은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달라고 학교에 요구해야 하고, 학교는 다양한 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서로 시너지가 날 때 내용도 알차고 차별화된 학생부가 만들어집니다.” 김 교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겪는 동아리 활동에 대한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동아리 활동이 전공과 적합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어느 학교든 수학?과학?경제?영어 동아리 등이 만원 사태를 빚지만, 잘 들여다보면 학교생활 중 전공과 연결 고리가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체육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도 수학과 물리, 기계공학을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죠. 크고 거창한 활동이 아니라 학교 전체의 인적?물적 인프라 등을 잘 활용해 학교생활이 학생부의 원재료가 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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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즈내일 | | |